“스물하나, 우승 한번 못 해봐… ‘30-30’ 달성한 올해가 딱 적기”

광주=임보미 기자 2024. 8. 24.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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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단 3년차 KIA 김도영… ‘제2 이종범’서 ‘제1 김도영’으로 우뚝 서다
요즘 프로야구서 가장 ‘핫한’ 선수…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정말 실감
초반 시행착오 ‘집중 멘털’로 극복… 나도 팀도 ‘좋은 마무리’ 최고목표
김도영이 22일 안방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전에서 6회말 상대 선발투수 반즈를 상대로 시즌 32호포를 날린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김도영은 이 홈런으로 1997년 프로 3년차였던 이승엽이 21세 때 기록한 홈런과 타이를 이뤘다. KIA 타이거즈 제공

“살면서 우승을 한 번도 못 해봤다. 뭐든 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가장 좋다. 올해가 딱 적기다.”

김도영(21·KIA)은 1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의 프로야구 방문경기에서 역대 최연소-최소경기 30홈런-30도루 클럽 회원이 됐다. 그러고는 “더 높은 곳에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22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김도영에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것이냐’고 묻자 “지금도 팀이 높은 위치(1위)에 있지만 이걸로 만족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한국시리즈 우승 의지를 피력했다.

김도영은 광주동성고 재학 시절 ‘제2의 이종범’이라고 불리던 유망주였다. 그만큼 공수주에 걸쳐 못하는 게 없다는 뜻이었다. 김도영은 프로 데뷔 첫해인 2022년 시범경기 때는 고졸 신인 최초로 타격 1위(0.432)에도 올랐다. 그러나 정규 시즌 때는 타율 0.237, 3홈런, 19타점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개막 두 번째 경기부터 발목을 다쳐 6월 말이 되어서야 복귀했다. 김도영은 대신 84경기밖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타율 0.303, 7홈런, 47타점을 기록하면서 자신을 향한 기대치가 ‘헛된 바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김도영은 “언젠가는 30-30을 할 선수라면서 (KIA에서) 나를 뽑아 주셨다. 자신은 늘 있었다”면서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정말 그랬다. 첫 두 시즌 동안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올 시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했다.

‘제1의 김도영’으로 우뚝 선 올해도 시작부터 좋았던 건 아니다. 김도영은 4월 7일까지 시즌 개막 첫 2주 동안 타율 0.192(52타수 10안타)에 그쳤다. 김도영은 “시즌 초반 너무 안 좋다 보니 오히려 편하게 ‘조금씩만 좋아져 보자’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성적도 올라 좋은 결과까지 나왔다. 야구에서는 ‘멘털’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돌아봤다.

4월 30일이 되었을 때 김도영의 성적은 타율 0.338, 10홈런, 26타점, 14도루가 되어 있었다. 43년 프로야구 역사상 한 달에 10홈런-10도루를 동시에 달성한 건 김도영이 처음이었다. 그러면서 KIA 팬들 사이에 ‘도영아, 니 땀시(덕분에) 살어야’라는 문구도 유행하기 시작했다.

인기는 유니폼 판매로 이어진다. 올해 6월까지 팔린 김도영의 유니폼은 2만 장이 넘는다. 10개 구단 선수를 통틀어 최다 판매 기록이다. KIA가 2년 전 유니폼 판매를 직영으로 바꾼 뒤로 올 시즌 김도영보다 유니폼을 많이 판 선수도 없었다.

김도영은 그만큼 사인 요청도 많이 받는다. 김도영은 “알아보시는 분들이 사인 요청 하시면 최대한 밝게 해드리고 있다. 선수로서는 행복한 일이고 하루하루 감사한 마음”이라며 “고등학교 때는 사인이 따로 없으니 사인 요청을 받으면 이름을 정자로 그냥 써 드렸다. 지금은 누나가 만들어준 사인을 쓰고 있는데 내가 봐도 별로다. 사인을 새로 만들어 봐야겠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면서 “(사인을 바꾸면 이전 버전 사인을 가지고 있는 팬들에게도) 의미 있는 사인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팀에서 김도영에게 하는 유일한 걱정은 부상이다. 김도영은 지난해 말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국가대표로 참가해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손가락을 다쳐 4개월 동안 재활을 했다. 김도영의 부상에 놀란 KIA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타자주자가 1루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면 벌금 1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자기 연봉 10분의 1에 달하는 벌금도 김도영의 슬라이딩을 막지는 못했다. 김도영은 9일 안방 삼성전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1루에 들어갔다. 김도영은 부상 없이 세이프 판정을 받았지만 KIA는 벌금을 1억 원까지 올리면서 재차 경고 사인을 보냈다. 김도영은 “‘가을 야구’를 앞두고 다치면 지금까지 한 게 아무 의미가 없다. 이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절대 안 한다”며 웃었다.

광주=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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