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총장 ‘金여사 디올백’ 수사심의위 회부
“외부인사 심의로 공정성 제고… 더이상 논란 남지 않도록 매듭”
법조계 “새로운 변수 가능성도”
대검찰청은 23일 “검찰총장은 김건희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을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법리를 포함해 수사심의위에 회부하고, 전원 외부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심의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처분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충실히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면서도 “수사심의위 절차를 걸쳐 공정성을 제고하고 더 이상의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정해 외부 민간 전문가들의 심의를 거쳐 사건을 최종 처분하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올 5월 전담수사팀을 구성한 뒤 3개월여 만에 김 여사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렸다. 수사팀은 최재영 씨가 김 여사에게 디올백 등을 건넸지만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면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지검장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수사 보고를 전날(22일) 이 총장에게 보고했다.
검찰 안팎에선 이 총장이 수사팀의 법리 판단 등에는 동의해 왔다는 점에서 디올백 사건이 무혐의 종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 조사를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비공개 대면조사로 진행하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 총장이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 소집을 꺼내 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장이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서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뿐 아니라 알선수재,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함께 심의하라고 요청한 점 역시 ‘봐주기 수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란 분석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심의위가 변호사, 법학 교수 등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김 여사 사건 처분을 두고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기 20일 남은 檢총장 ‘수심위 카드’ 꺼내… 대검 “공정성 제고”
[‘金여사 디올백’ 수심위 회부]
수사심의위, 외부인사 15명으로 구성… 회부부터 처분까지 2주가량 걸려
이원석, 임기내 처분 공언… 시간 빠듯
막판 변수에 사건 처분 방향 관심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소모적 논란이 지속되는 이 사건에서 수사심의위원회 절차를 거쳐 공정성을 제고하고 더 이상의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정했다.”
대검찰청은 23일 오후 6시경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 디올백 사건과 관련해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혐의 없음’ 결론에 대해 법리상 문제점이 아니라 ‘절차적 공정성’ 제고를 소집 이유로 꼽은 것이다. 김 여사의 디올백 사건이 사실상 마무리 수순인 가운데 수사심의위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향후 사건 처분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李 “공정성 제고, 논란 남지 않게 매듭”
이 총장은 전날(22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김 여사의 디올백 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이 담긴 보고를 받았다. 보고 후 퇴근길과 23일 출근길까지 수사심의위 소집 여부를 묻는 취재진의 질의에 “다음에 말씀을 드리겠다”는 말만 반복하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다 이 지검장으로부터 ‘혐의 없음’ 보고를 받은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총장이 수사팀의 결론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실제로 대검은 이날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을 밝히면서도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충실히 이루어졌다고 평가했다”는 입장을 덧붙이기도 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공정성 시비 등을 의식해 결국 수사심의위 소집 카드를 꺼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김 여사를 비공개 조사했는데, 이 과정을 이 총장에게 사후 보고해 ‘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평소 이 총장이 수사의 내용이나 결과뿐 아니라 ‘공정하게 보이는 수사’를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의 판단을 거칠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통상 수사심의위는 회부부터 사건 처분까지 2주가량 시간이 필요하다. 올 1월 이 총장이 직권으로 소집한 ‘이태원 참사’ 관련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수사심의위는 회부 이후 11일 만에 위원회가 열렸고, 김 전 청장의 불구속 기소까지 15일이 걸렸다. 다음 달 13일 퇴임할 예정인 이 총장의 임기가 2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사심의위 소집과 사건 처분까지 시간이 빠듯한 셈이다. 이 총장은 임기 내 디올백 사건 처분을 공언해 왔다.
다만 수사심의위의 결정은 강제성이 있는 규정은 아니고, 권고적 효력만 갖는다. 대표적으로 2020년 수사심의위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해 이재용 당시 삼성 부회장 등에 대해 수사 중단·불기소 권고를 내렸는데, 검찰은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 도이치 등 김 여사 다른 사건 영향 촉각
검찰 안팎에선 디올백 사건으로 수사심의위가 소집되면서 현재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김 여사가 이른바 ‘전주(錢主)’로서 가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20일 디올백 사건과 함께 김 여사를 비공개 조사하면서 역시 공정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심의위 소집 가능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디올백 사건의 경우 사실관계가 간단하고, 법리상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수사심의위에서도 불기소 권고를 결정할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심의위는 법리적 판단과 함께 정치적인 판단을 고려하기도 한다”며 “연달아 같은 피의자에 대한 수사심의위가 개최되면 같은 방향의 처분 권고가 부담스러울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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