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흐름 놓쳐…화면 밖으로 사라진 라이코스·엠파스·프리챌

배현정 2024. 8. 2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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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토종 포털
라이코스의 마스코트 검은색 개와 엠파스 로고. [중앙포토]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은 검색시장의 ‘춘추전국시대’라 불린다. 야후·라이코스·엠파스·다음·네이버 등이 포털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당시 대표주자는 글로벌 포털이었던 야후였다. “이순신 장군님, 야후는 다음이 물리치겠습니다.” 포털 다음이 내건 광고 문구(1999년)처럼, 당시 야후는 국내 포털이 넘어서야 할 벽이자 목표였다. 1997년 야후코리아는 유럽 등지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에 무혈입성한 뒤, 진출 1년 만에 300만 페이지뷰를 기록하며 국내 대표 포털로 등극했다.

그러나 야후의 독주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2년 네이버가 지식검색서비스인 ‘지식iN’을 등장시키고, 다음이 카페 등 커뮤니티 서비스로 새 흐름을 열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업계(IT) 관계자는 “당시 한국은 인터넷 발달이 느려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했기 때문에 검색 서비스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네이버와 다음은 이러한 환경을 고려해 이용자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강화하며 주도권을 가져왔다.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한 야후는 계속 하강 곡선을 그리다 2012년 철수를 결정했다.

이 무렵 회한의 눈물을 흘린 것은 야후만이 아니다. 엠파스·라이코스·프리챌·파란닷컴 등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포털들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네이버와 다음이 시장을 지배하며 벌인 규모의 경쟁에 밀려난 영향이 컸다. 자연어 검색으로 인기를 끌었던 엠파스는 2006년 SK컴즈에 인수됐고, 마스코트인 검은색 래브라도 리트리버로 유명했던 라이코스는 다음이 인수했다가 2010년 인도 기업에 재매각했다.

네이버와 다음의 양강 시대로의 재편은 국내 포털 성장의 발목을 붙잡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포털 독과점, 뉴스 편향 등 포털 때리기가 매년 반복되고 있는 바탕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제 국내 포털 중심의 승자독식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고 말한다.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 생존의 기로에 있어서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국내 포털업계에서 트래픽이 폭증하는 고성장의 시대는 끝났다”라며 “혁신 서비스와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만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유병준 서울대 교수는 “영역 구분이 없어지는 플랫폼 시장에서 네이버가 압도적인 지배적 사업자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그럼에도 규제 목소리가 높아졌다면 개선점을 찾고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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