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유럽선 검색 엔진·카메라 앱도 자유롭게 선택
지금까지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 등에선 사용자가 ‘사파리’라는 애플의 앱을 기본(디폴트) 브라우저(인터넷 접속 프로그램)로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올해 말까지 유럽연합(EU) 사용자들은 구글 크롬 등 다른 브라우저를 기본 앱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또 지금까지는 애플의 앱스토어와 카메라 등 기본 앱을 기기에서 삭제할 수 없었으나, 앞으로 EU에선 가능해진다. 독점에 대해 최대 연간 글로벌 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물릴 수 있게 한 유럽 디지털시장법(DMA)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애플이 파격적인 서비스 변경 조치를 취하면서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각국이 빅테크 규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만큼, 유럽에서의 변화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22일 애플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올해 말까지 EU 사용자들에게 기본 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일부 기본 앱 삭제를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DMA 시행에 따라 애플이 예고했던 일련의 조치 중 일부로, 실제 적용 시기와 구체적 방식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서 아이폰 어떻게 바뀌나
애플의 아이폰·아이패드는 다수의 앱이 기본(디폴트)으로 장착된 상태로 판매된다. 기기를 처음 사용할 때 이 앱을 이용하도록 설정돼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애플의 브라우저 ‘사파리’ 앱이다. 기본 브라우저를 다른 앱으로 바꿀 수는 있지만, 사용자가 직접 일일이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고 복잡하다. 대부분 기본 브라우저를 변경하지 않고 사파리를 사용한다. 이 사파리 앱에는 구글이 기본 검색 엔진으로 탑재돼 있다.
하지만 올 연말부터 아이폰을 새로 구매하거나, 아이폰 운영체제(OS)를 ‘iOS18′로 업데이트한 유럽 이용자들은 바탕화면에 있는 사파리 앱을 클릭했을 때 ‘기본 브라우저를 선택하세요’라는 창을 먼저 보게 된다. 이곳에는 무작위 순서로 크롬·파이어폭스·덕덕고 등 12개 브라우저 앱과 간략한 소개가 제공된다. 이 중 하나를 기본 브라우저로 선택하면 기기는 자동으로 이 앱을 다운받고, 홈화면에서 사파리는 사라지게 된다. 12개의 앱 중 하나인 ‘알로하 브라우저’의 창업자 앤드루 프로스트 모로즈는 “아이폰 신제품 출시에 앞서 애플이 브라우저 선택 화면을 내놓은 것은 환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상당수 기본 앱을 기기에서 지울 수 있다는 점이다. 애플에 따르면 삭제할 수 있는 기본 앱에 앱스토어, 메시지, 사진, 카메라, 사파리 등 핵심적인 앱이 포함됐다. 현재도 사용자가 다른 앱을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지만, 애플의 기본 앱은 삭제가 불가능해 사용자가 계속 습관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이를 지우고 ‘데이즈캠’ 같은 카메라 앱이나 구글 포토 같은 사진 앱을 기본으로 쓸 수 있게 된다. 애플의 앱장터인 ‘앱스토어’를 지우고, ‘에픽게임즈 스토어’ 같은 다른 앱장터를 통해 앱을 내려받을 수도 있다. 특히 애플이 지금까지 자사의 유일한 앱 유통 수단으로 뒀던 앱스토어를 삭제할 수 있게 한 것은 유럽 당국에 외부 앱장터를 완벽하게 허용하겠다는 제스처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의 앱 개방 효과는
테크 업계에선 애플이 막대한 과징금을 물게 될 처지에 몰리면서 서비스 변경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애플은 앱장터 개방 등 독점력 개선에 대한 조치를 내놨지만, EU 당국은 부족하다고 보고 지난 6월 DMA 위반 잠정 결론을 내렸다. 법 위반이 확정될 경우 애플은 최대 383억달러(약 53조원)의 과징금을 낼 수 있다.
다만 애플의 이 같은 정책 변경이 미칠 변화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애플의 이 같은 서비스 변경으로 유럽 내에서 다양한 앱 개발 경쟁을 촉진시킬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 기기에서 꼭 사용해야 하는 기본 앱이 없어진 만큼, 이용자들의 호평을 받는 새로운 인기 카메라·앱장터 앱 등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부터 개방된 앱장터 부문에선 에픽게임즈 스토어·알트스토어 등 신규 앱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반대로 사용자들이 애플의 기본 앱에 익숙하고 선호도도 높은 만큼, 실제 앱 시장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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