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방 속에 청진기 대신 ‘악기’… 세계 20국 의사 98명 한국에 모였다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2024. 8. 24. 00: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8년 창단한 비영리단체 ‘월드 닥터스 오케스트라’ 내한
세계 20국의 의사 98명이 참가한 ‘월드 닥터스 오케스트라’와 지휘자 슈테판 빌리히(가운데). /장련성 기자

지난 22일 서울 서초동 코스모스아트홀. 세계 20국 의사 98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의학 학회나 세미나가 아니다. 세계 각국의 의사들로 구성된 ‘월드 닥터스 오케스트라(World Doctors Orchestra)’ 단원들이었다. 이들은 이날만큼은 청진기 대신 악기들을 들고, 환자 차트 대신 악보를 보면서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과 씨름했다.

독일 내과 의사이자 지휘자인 슈테판 빌리히(65)가 지난 2008년 이 악단을 창단했다. 처음에는 단원이 12국 60여 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60국 2000여 명으로 늘었다. 창립자이자 지휘자인 빌리히는 “‘세계 각국의 의사들이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는 목표로 결성한 비영리단체”라며 “모두 휴가를 쓰고 여행 경비를 내고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며 웃었다. 지금까지 40여 차례 연주회를 통해서 모은 의료 자선 기부금만 200만유로(약 30억원)에 이른다.

이 악단은 24일 부천아트센터와 2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두 차례 내한 연주회를 한다. ‘비창’ 교향곡과 함께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이경선), ‘진도 아리랑’도 들려준다. 건반과 타악기를 맡은 코스타리카 출신 내과 의사 에두아르도 문기야(59)는 “진도 아리랑 선율이 한국에서 그렇게 유명한 줄 몰랐다”며 건반 연습을 거듭했다.

‘월드 닥터스 오케스트라’는 매년 4차례씩 세계 각국에서 연주회를 연다. 단원들의 진료 일정 등을 고려해서 3년 뒤까지 미리 연주 일정을 잡는 것도 특징이다. 올해 한국에 이어서 내년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후년은 영국과 아르메니아, 2027년은 필리핀을 찾는 방식이다. 방문국 의사들은 ‘주최국’이 되어서 주도적으로 연주회를 준비하고, 각국 신청자들은 이 일정을 보고 연주곡을 미리 연습한다. 한국인 단원들도 조태준 서울대 의대 교수(클라리넷), 홍현준 연세대 의대 교수(바이올린) 등 40여 명에 이른다. 이번 연주회에는 14명이 참여했다. 조 교수는 “악단에는 음악과 의학 사이에서 진로 고민을 할 만큼 열정적인 분이 많다. 각국 의사들과 만나서 의학 대신 음악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도 이 악단의 남다른 매력”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