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위한 유엔 오디오북 만든 서울대생, 졸업식 대표 연설자로
오는 29일 서울대 제78회 후기 졸업식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엔 도서 오디오북을 제작해 온 이창주(23·사범대 독어교육과)씨가 졸업생 대표 연설을 한다. 이씨는 지난해 8월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에서 단기 연수를 하면서 ‘모든 사람이 보편적 교육과 자신에게 필요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UN-SDGs)에 매료됐고 이후 유엔이 발행하는 동화책을 한국어로 번역해 시각장애인에게 들려주는 오디오북 사업을 해왔다.
시각장애인 교육 사업에 뛰어든 이씨는 한국의 점자책 출간율이 0.2%에 불과, 시각장애인들의 지식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중·고등학생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발성 연습을 하고 오디오북을 녹음하기도 했다.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이 장애인이 처한 교육 환경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어요.” 이씨가 제작한 오디오북은 올 하반기 전국 맹학교에 전달될 예정이다.
이씨에겐 태어날 때부터 중증 자폐를 앓아온 남동생 이창대(22)씨가 있다. 동생과 초등·중학교를 다니며 이른바 ‘비장애인 학생’들이 동생을 이상하게 여기는 모습에 ‘차라리 모두가 제 동생에게 무관심했으면 좋겠어요’라고 기도했다고 한다. 일반 학교에서 수업에 집중하거나, 시험을 치르기조차 힘들어하는 동생을 보며 한국 장애인 교육 환경의 현주소를 절감했다. 그는 “사범대에 진학한 계기도 제 동생과 같은 사람들이 얼마든지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자신의 지식과 배움을 공동체와 약자를 위해 사용하는 젊은이라는 점에서 서울대의 미래 인재상이라고 판단해 졸업 대표 연설자로 선정했다”고 했다.
이씨는 졸업 후 국내 기업의 한 인턴으로 독일에서 근무하게 됐다.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 등에서 활동해 온 이씨는 앞으로도 해외 경험을 쌓아 국제기구에서 장애인 권리 수호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이씨는 “먼 훗날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에서 교육을 위한 국제 협력에 힘쓰고 싶다”며 “우리 동생 같은 전 세계 장애인들이 교육의 벽에 부딪히지 않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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