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며 한잔 쭉~ 음료수가 된 ‘평양냉면 육수’
‘육수파’ 염원 현실로
숙취 해소용으로 인기
무더위, 몸에서 육수가 줄줄 흐른다. 지친 A(38)씨는 편의점에 들어가 ‘평양냉면 육수’를 집어 들었다. 각얼음 담긴 아이스컵도 함께. 총 2500원. 허겁지겁 파우치를 까 육수를 컵에 붓고는 빨대로 쭉 빨았다. 편도선을 강타하는 냉수 마찰. 밍밍한 듯 짭짤하고 시원한 극락. A씨는 “여름에 평양냉면 그릇 받아 들면 국물부터 원샷하는 내게 이 제품은 오랜 염원이었다”고 말했다.
평양냉면 육수가 음료수로 재탄생했다. 냉면 마니아, 면식범(麵食凡)들을 겨냥한 기획 상품. 편의점 GS25에서 지난 6월 말 출시돼 지금껏 25만개가 팔려나갔다. 인기 폭발로 발주 대란까지 겪었을 정도. 서울 4대 평양냉면 면면을 참고해, 냉면 좀 삼켜봤다는 소비자 대상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해 대중적 맛을 구현했다고 한다. 재료 97.2% 한우 양지. 지방·콜레스테롤 함량 0%. 다만 나트륨이 54%. 땀으로 배출된 염분을 보충해 주려는 의도인지 생각보다 짜다.
평양냉면 육수는 숙취 해소에 탁월한 속풀이 드링크. 평양냉면 전문점 압구정면옥이 육수 캔 음료 ‘해장하장’을 내놓은 이유다. “면도 말고, 그저 육수 한 모금 너무 필요할 때”를 위해 매일 우려내는 육수를 250㎖, 500㎖짜리 캔에 옮겨 담은 것이다. 올해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도 이름을 올린 평양냉면집 봉밀가 역시 한우 양지머리·설깃살·한약재 등을 5시간 끓여 식힌 캔 육수를 판매한다. “자전거 타거나 등산 갈 때 갈증과 건강 둘 다 해결해 드립니다.” 다만 방부제가 포함되지 않아 유통기한이 2~3일 정도로 짧다.
육수의 음료화는 평양냉면의 인기가 전 세대로 확산하며 생긴 현상으로 풀이된다. 과거 ‘실향민의 음식’에서 오픈런까지 일어날 정도의 힙한 먹거리로 저변이 넓어지면서 음료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엿본 업체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용재 음식 평론가는 “휴대와 음용이 간편한 데다 시각·미각적인 호기심도 자극하다 보니 소비의 재미를 추구하는 ‘펀슈머’들에게 어필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열도에서도 마찬가지다. 농심 재팬은 일본 음료 회사 이토엔과 합작한 ‘마시는 후루루 냉면’을 지난해 4월부터 현지에서 판매 개시했다. ‘후루루 냉면’은 한국 ‘둥지냉면’의 일본판이다. 냉면 국물만 캔에 넣어 파는 파격 결정. 김치 엑기스와 고추장·식초 등이 첨가돼 ‘한국의 매운맛’이 조금은 구현돼 있다.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며 사람들의 기호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후식으로 혹은 공복에도 적합한 음료”라는 설명. 가격은 약 1300원(190㎖)이다.
무섭게 오르는 냉면 값, 이미 한 그릇에 1만6000원을 돌파한 이른바 ‘누들플레이션(누들+인플레이션)’도 육수 음료의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다. 그렇긴 해도, 아무리 그래도, 면이 없어 치아가 심심하다면 ‘컵냉면’이 있다. ‘을밀대’ 서울 역삼점에 가면 맛볼 수 있는 물냉면, 개그맨 이영자가 애정하는 메뉴로 유명해졌다. 커다란 종이컵에 냉면을 담고 플라스틱 뚜껑을 덮어주는데, 포장 외관만 보면 영락없는 커피잔이다. 들고 다니기 편하라고 종이 캐리어까지 준다. 바야흐로 냉면도 테이크아웃 시대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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