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은의 고전노트] 아리스토텔레스 “작가라면 제대로 거짓말하라”
훌륭한 교사는 위대한 사상가나 독창적인 발명가보다 훨씬 큰 영향을 보통 사람들에게 끼친다. 소크라테스의 재치와 플라톤의 카리스마 대신에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식을 분류하고 체계화하는 데 뛰어났다. 그리고 그에게는 성실함과 끈기라는 미덕도 있었는데, 덕분에 그는 형이상학·윤리학·정치학·수사학·시학뿐만 아니라 자연학까지, 방대한 이론의 집대성자가 되었다.
기원전 6세기경부터 여러 그리스 자연철학자가 제각각 펼쳤던 만물의 근원에 관한 주장들을 4원소론으로 통합한 것이 아리스토텔레스다. 월경을 통한 자궁의 ‘정화’ 또는 장운동에 의한 ‘배변’을 가리키는 생리학 용어였던 카타르시스를 정신 작용을 설명하는 데 사용한 가장 오래된 문헌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과 ‘시학’이다. 그는 두 책에서, 좋은 음악과 비극에는 카타르시스를 일으키는 힘이 있다고 썼다.
‘시학’에 따르면, 희극은 악인(우리보다 못한 사람)을 모방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한다. 반면 비극은 덕성스러운 인물의 행위를 모방하며, “공포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을 통해 바로 그러한 감정들의 카타르시스를 실현한다.” 이 문장의 해석에 관해서는 많은 논박이 있어 왔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비극의 원리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하나의 줄거리로도 천차만별의 이야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시학’은 서사시와 비극과 희극의 차이를 밝혀 주며, 캐릭터의 개성, 플롯의 구성 요소, 예술의 비평과 수용 방법론까지 아우른다. 그중에서도 ‘개연성’의 원리는 현대의 창작자들에게도 요긴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조언에 따르면, 가능하지만 믿기 어렵게 쓰기보다는, 터무니없는 일이라도 그럴듯해 보이도록 “제대로 거짓말하는” 능력이 작가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들은 중세기 내내 정치·철학·과학·예술 교육의 기초가 되었다. 19세기에 근대 예술론이 정립되기 전까지 대다수 서양 문학은 ‘시학’이 규정한 창작 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썼다. 플라톤 사상이 서구의 유일신론과 관념론의 뿌리로서 막강한 권위를 발휘했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경험적 실증주의는 더 널리 그리고 오랫동안 현세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 가르침을 제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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