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풀벌레마저 지친 무더운 여름밤… 잠든 세상 살피는 건 누구일까요
한여름 밤, 무엇 때문에 깼니?
데버라 홉킨슨 지음 | 케나드 박 그림 | 최지원 옮김 | 책상자 | 56쪽 | 1만7500원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졌다. 풀벌레도 더위에 지쳐 노래를 멈춘 밤, 더위에 뒤척이다 잠든 아이는 문득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뭐가 잠을 깨운 걸까. 아이는 궁금해져 살금살금 걸어나간다.
감각을 표현하는 단어들의 힘이 뭉근하다. 입체감을 과장하지 않는 간결한 그림체와 어우러져, 읽는 이의 마음도 고요한 여름 밤처럼 평화로워진다. 아이가 부엌을 지날 때 고양이가 등을 대고 잠든 식탁 위는 서늘하다. 뒷문을 열고 맨발로 나간 정원, 풀잎 위 이슬은 또르르 굴러 아이의 발을 적신다. 낯선 아이가 나타나자 귀를 쫑긋 세운 토끼의 수염은 파르르 떨리고, 나뭇잎들은 바람에 사락사락 소리를 내며 비단 손수건처럼 흔들린다.
‘난 왜 잠에서 깬 걸까? 나무는, 고양이는, 토끼는, 갑자기 컹컹 짖는 옆집 강아지는 왜?’ 꽃밭 속에 들어가 허수아비처럼 양팔을 벌려 본다. 부드러운 바람이 땀에 젖은 아이의 머리칼을 살랑살랑 흩날린다. 밤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자 바람이 그친다. 구름이 멈추고, 나뭇잎은 잠잠해지고, 토끼도 수풀 속으로 사라진다.
아이의 뒤로, 환한 빛이 부엌을 지나 계단을 타고 따라 들어온다. 노르스름하고 신비로운 달빛이다.
그제서야 깨닫게 된다. 고양이, 식탁 의자, 뒤뜰로 난 쪽문, 이웃집 개 흰둥이, 뜰에 나온 아이, 마을의 모든 집들까지…. 책의 첫 장부터 조금씩 아이보리색으로 번지며 여름밤의 세상을 물들이던 건 소근대듯 고요하게 다가온 달님의 빛이었다. 짙은 자주색과 녹색 위주의 색조가 팔레트 위에 물감을 풀 듯 한여름 밤의 색깔과 분위기를 책 속에 풀어놓는다. 천천히 음미하면 더 많은 것이 보이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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