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이론은 몰라도 돼! 자신의 취향 알고있다면 당신도 전문가

황지윤 기자 2024. 8. 24.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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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버클리 음대 음향학 교수
해박한 지식·마니아적 열정보다 진정성·사실성·멜로디·음색 등 이 곡을 왜 좋아하는지 파악하라
취향에 우열은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 “취향의 다양함은 세상을, 그리고 음악을 멋지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에포크

당신의 음악 취향은

수전 로저스·오기 오가스 지음 | 장호연 옮김 | 에포크 | 2만2000원

‘음악에 대해 잘 모르는데, 감히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해도 될까?’ 답은 “물론”이다.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뽐내거나, 오타쿠적인 열정이 있어야만 ‘음악 애호가’인 것은 아니다. ‘퇴근 송’으로 두아 리파의 ‘댄스 더 나이트(Dance the Night)’를 들으며 경쾌한 스텝 밟거나, 샤워하며 소몰이 창법으로 K 발라드 부르기를 즐긴다면? 당신은 이미 제 나름의 ‘청취 프로필’을 갖춘 준비된 청취자다.

‘당신의 음악 취향은’은 청취자의 경험과 취향을 존중해주는 책이다. 어떤 음악이 좋은 음악인지 정답은 없지만, 자신의 취향을 파헤치는 건 필요하다. 그저 듣기만 하는 ‘수동적 청취자’에 머무르기보다 호기심, 노력, 사랑을 갖고 귀를 여는 ‘능동적 청취자’가 된다면 음악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 책은 이를 “청자로서 나의 유일무이한 정체성을 이해하고 껴안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사실상 듣는 사람이 없으면 음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청취라는 행위는 연주 행위 못지않게 꼭 필요한 요소일 수 있다.” 책은 청취자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들으라고 요청한다. “A샤프와 B플랫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이 노래를 왜 좋아하는지 살피며 내 취향에 이름을 붙이다 보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러분을 황홀경으로 이끄는 음악의 특별한 차원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여러분은 자신에 대해 진정한 무엇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적극적인 청취는 어떻게 가능한가? 음악 청취의 일곱 가지 요소는 진정성·사실성·참신성·멜로디·가사·리듬·음색 등이다. 어느 요소에 더 비중을 두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일례로 진정성을 중요한 요소로 꼽는 이들은 1968년 결성된 미국의 록밴드 ‘더 섀그스’를 높이 평가한다. ‘세 딸이 밴드를 결성해 전국에서 사랑받게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들은 오스틴 위긴 주니어는 세 딸 도트, 베티, 헬렌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종일 밴드 연습을 시킨다. 일종의 학대로 보인다. 그렇게 만든 첫 앨범 ‘Philosophy of the World’는 철저히 외면받지만, 1980년대에 반전이 벌어진다.

더 섀그스 앨범을 손에 넣은 언더그라운드 록밴드 NRBQ의 키보디스트 테리 애덤스는 자신이 “다이아몬드 원석을 발견했다”고 말하고 다닌다. 아방가르드 록의 선구자 프랭크 자파는 “비틀스보다 낫다”고 칭찬한다. 기술적으로 엉망인 음악이지만, 정식으로 훈련받지 않았기에 가식이나 꾸밈이 없는 점이 주목받았다. 뉴햄프셔 시골 마을에 사는 10대 소녀들이 느끼는 감정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정직하게 담아낸 진정성에 열광한 것이다. 책이 드는 다양한 예시를 통해 나는 무엇에 집중해 음악을 듣고 있었을까, 자가 진단 해볼 수 있다. 단, 미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꿰고 있지 않은 독자에게는 쏟아지는 예시가 정보의 홍수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저자인 수전 로저스는 버클리 음대 심리음향학 및 음반 프로듀싱 교수다. 1980년대 미국의 전설적인 뮤지션 프린스 유명 앨범 ‘퍼플 레인’의 사운드 엔지니어였다. 데이비드 번, 테빈 캠벨, 러스티드 루트, 로벤 포드, 게기 타 등 수많은 아티스트의 히트곡을 탄생시킨 전설적인 여성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로저스는 자신의 음악 취향을 잘 아는 것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역설한다. 독자를 설득하기 위해 자신의 일화를 소개한다. 그는 스무 살 로스앤젤레스 더 포럼 경기장에서 본 레드 제플린 콘서트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놨다고 회고한다. ‘언젠가 다시 포럼으로 돌아와 멋진 밴드가 공연하는 소리를 믹싱할 거야!’ 맹세가 실현된 것은 그의 음악 취향 덕분이라고 말한다. 프린스의 오디오 기술자로 일하다 그와 음악 취향이 겹치는 것을 알게 되고, 이를 좋게 봐준 프린스 덕에 프린스의 녹음 엔지니어, 사운드 엔지니어로 활약하면서 승승장구하게 됐다. 독자 모두가 저자처럼 신데렐라가 될 순 없겠지만 ‘청취 프로필’을 분석해보라는 그의 제안은 유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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