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에 들썩, 악어에 떠들썩
가족 여행의 새 선택지
홍콩 오션파크·워터월드
세계 최고령 출산, 지난 15일 홍콩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자이언트 판다 잉잉(19)이 암수 쌍둥이를 낳았기 때문이다. 원체 임신도 힘든데, 사람으로 치면 57세 출산과 다름없는 기념비적 사건. 판다 수명은 야생에서 20년 수준이다. 잉잉은 파트너 러러(19)와 함께 2007년 홍콩으로 건너왔으나 번식에는 실패했었다. 극적인 이번 출산 덕에 이 판다 커플의 집 ‘홍콩 오션파크’에도 국제적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말 이곳을 찾았을 때, 잉잉은 푸짐한 엉덩이를 관람객 쪽으로 드러낸 채 혼자 바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러러는 방에서 쉬고 있다고 했다. 둥글고 신비로운 이 게으른 짐승 앞을 지나치던 찰나, 갑자기 사람들의 함성이 터졌다. 잉잉이 거대한 ‘응가’를 눈 것이었다. 대나무 색깔의 차진 똥. 하물며 새끼를 낳았으니 팬들의 흥분은 상상 이상일 터. 관계자는 “몇 달만 기다리면 정식으로 아기 쌍둥이 판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콩 오션파크는 아시아 최대 해양 테마파크다. 홍콩 남단 약 27만6800평 규모, 동물원과 놀이공원이 합쳐진 형태. 특히 ‘서유기’ 손오공 모델이자 중국의 1급 보호종 황금원숭이부터 레서판다, 북극여우에 이르는 희귀 동물의 보고(寶庫)로 유명하다. 1977년 비영리 단체로 문을 열었는데, 단순 ‘구경’에 그치지 않는 교육적 볼거리 덕에 어린이 동반 가족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홍콩 외곽 주택가에서 2m짜리 악어가 포획됐다. 홍콩에는 토종 악어가 살지 않는다. 애완용 등으로 밀수됐다가 탈출한 것으로 학계는 추측했다. 이 악어를 홍콩 오션파크가 입양했다. 정문 앞에 집(크로코 랜드)을 마련해 올해부터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게 했다. “지역 생태계와 외래종의 영향에 대한 인식을 촉진하는 홍보 대사”라는 설명. 악어 이름을 지으려 온라인 설문도 진행했다. 낙점된 이름은 ‘Passion’(열정)이다.
불야성의 도심으로 이미지가 고착됐지만 홍콩은 70%가 녹지다. 오션파크 내 케이블카를 타고 꽤나 험준한 산과 바다 위를 건널 때, 그 자연성을 조금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곳의 자랑 그랜드 아쿠아리움이 있다. 400여 종의 해양 생물이 노니는 곳. 태평양 산호섬을 닮은 건물 외벽을 이용한 미디어아트 분수 공연 ‘갈라 오브 라이트’가 매일 밤 펼쳐진다. 생명이 시작되고 무르익는 자연의 서사, 20분간의 웅장한 드라마가 예상 밖 전율을 낳는다.
지난해 여기서 세계 첫 ‘소코 가오리’ 인공부화가 이뤄졌다. 한약재로 남획되는 ‘해마’ 보호 프로젝트도 가동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학술적 노력과 별개로, 어둠 속에 뻗은 투명 터널 아래서 철갑상어의 흰 배를 올려다보는 건 그 자체로 근사한 경험이다. 은빛 밀크피시 떼가 원통 어항을 가득 채운 채 헤엄칠 때는 정신이 아득할 정도. 위층에는 홍콩 최대 수족관 레스토랑 ‘넵튠’이 있다. 아래층에서 이어진 수족관 유리벽이 레스토랑 한쪽을 채운 몽환적 공간. 생선 요리를 주문하지는 않았지만, 밥 먹다 큰양놀래기와 눈이 마주칠 때는 조금 무안해지기도.
비슷비슷한 목적지로 귀결되는 홍콩에서 ‘자연’이라는 새 면모를 만끽할 독특한 선택지다. 동명의 지하철 역이 있어 접근도 편리하다. 공항철도를 이용할 경우 공항에서 50분이면 도착한다. 2018년 정문 옆에 ‘홍콩 오션파크 매리엇 호텔’이 개장해 숙박 연계성도 갖췄다. 가족 여행객을 겨냥해 오션파크 측은 2021년 대형 물놀이장 ‘워터월드’도 개장했다. 셔틀버스 10분 거리. 이듬해 이곳에도 5성급 오션뷰 ‘더 풀러턴 오션파크 호텔 홍콩’이 들어섰다. 적극적인 구애의 몸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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