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간만 보내는 정부, 무슨 사고 나길 기다리는 듯한 일부 의사들

조선일보 2024. 8. 2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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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증·응급 환자의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 의료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경증 환자를 지역 병의원으로 분산하는 대책을 발표한 2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 병원 응급실 앞에 경증 환자 진료 불가 안내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지방에 이어 서울 등 수도권 대형 병원 응급실도 운영 파행이 나타나고 있다. 충북대병원과 세종충남대병원 응급실이 한때 운영이 중단됐고, 서울의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응급실은 야간엔 심정지 환자 외 신규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수원 아주대병원 응급실도 응급실 의사 절반이 사표를 내 운영 중단 위기라고 한다. 이것이 의료 위기의 전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응급실이 위기에 몰린 건 전공의 역할을 대신하는 전문의들의 피로가 쌓인 데다 코로나 재유행으로 경증 환자까지 응급실에 몰린 탓이다. 여기에 수도권에 전문의 수요가 늘면서 지역 의사의 연쇄 이동 움직임도 나타나 지방 병원들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응급실만 아니라 중증 환자 수술과 진료 공백 등 의료계 전반으로 위기가 번질 수도 있다. 현재 의대생 수업 거부도 6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정부는 “부분적 진료 차질이 있는 응급실은 소수”라며 상황을 낙관하고 있다. 그러면서 응급실 진찰료 인상, 경증·비응급 환자 응급실 이용 시 본인 부담률 90%로 인상 등 부분적인 대책만 내놓고 있다. 의료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데 정부의 모습은 시간만 보내는 것 같다. 의사들과 싸워 이기는 게 정부의 임무가 아니다. 정부는 국민 건강과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의사들은 큰 인명 피해와 같은 의료 사태가 발생해 정부가 비난을 받고 백기 항복하기를 바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의사 수 늘어난다고 이렇게까지 할 일인지 납득 못할 국민이 많을 것이다.

지금은 정부와 의료계가 의정 갈등과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할 때다. 정부는 땜질 처방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병원 필수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내후년 의대 정원 논의 등 의료 위기를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국회도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PA 간호사 합법화 등이 담긴 간호법을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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