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타는 냄새 난다”고 신고해도 확인도 안 해, 우리 모습 아닌가
경기 부천 도심의 한 호텔에서 불이 나 투숙객 7명이 숨졌다. 9층짜리 호텔 8층 객실에서 발생한 불은 호텔 건물 전체로 번지지 않았지만 연기가 내부에 퍼지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 숨진 7명 중 5명이 질식사였다. 나머지 2명은 8층에서 소방대원들이 호텔 외부에 설치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리다 에어매트가 뒤집히면서 숨지는 안타까운 상황도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는 화재 대비와 대피 기본을 안 지켜 피해가 커졌다고 말한다. 불이 나기 전 한 투숙객이 타는 냄새를 맡고 호텔 측에 “객실을 바꿔달라”고 요청해 다른 객실로 옮겼다고 한다. 이후 타는 냄새가 난다고 했던 그 객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호텔방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고 하면 호텔 관계자는 객실로 올라와 확인을 해야 한다. 그게 기본이다. 하지만 이 호텔 직원은 그 일을 하지 않았고, 결국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에어매트도 마찬가지다. 이번 화재에 사용된 에어매트는 10층 높이에서 뛰어내려도 살 수 있게 제작된 장비다. 그런데 8층에서 먼저 뛰어내린 여성이 에어매트 가장자리로 떨어지면서 에어매트가 뒤집혔고, 이어 몇 초 뒤 남성이 바로 뛰어내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에어매트는 소방대원 네 명이 네 귀퉁이를 붙잡은 상태에서 신호를 보낸 뒤 낙하하는 게 원칙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당시 장면을 보면 소방대원은 주변에 없고, 신호를 보내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소방 당국엔 에어매트 사용 매뉴얼도 없다고 한다. 에어매트 사고도 기본을 안 지켜 벌어진 것이다. 화재가 난 호텔엔 완강기가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이용하지 않았다. 이용법도 몰랐을 것이다. 우리는 평소 이런 장비에 관심도 없고 교육도 하지 않는다.
이 호텔은 2003년에 준공돼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2005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도 스프링클러, 완강기 등을 대부분 갖추지 못하고 있다. 화재로 인한 대형 참사가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데 ‘설마’ 하면서 살고 있는 게 우리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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