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선데이] 결혼율·출산율 올리는 공식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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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안한 큰 이유는 ‘경제적 부담’
내 집 마련 위해 혼인신고 연기도
집값 폭등, 제도 불합리 등도 한몫
정부 새 정책 효과 발휘할지 의문
」
소셜 네트워크에 후배의 사례를 올린 나는 다음 날 경악했다. 내 글에 공감한 팔로워들이 댓글로 남긴 온갖 사례는 그야말로 요지경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중복 청약 제한을 피하려고 위장 이혼을 하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 자녀가 있는데 한부모 혜택을 받으려고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부부도 있었다. 심지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부부의 남편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집을 사고, 아내가 전세대출을 받아서 그 집으로 들어가는 사례도 있다는 댓글도 보였다. 혼인 기간 7년 이내인 부부가 대상인 신혼부부 전용 디딤돌 대출을 조금 더 길게 이용하겠다고 혼인신고를 미룬 사례는 귀엽게 느껴졌다.
이런 사례를 꼼수로만 봐야 할까. 근로 소득만으로는 닿을 수 없을 만큼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집값과 불합리한 제도가 만나 불러일으킨 ‘환장의 컬래버레이션’ 아닐까.
요즘 청년 세대가 이기적이어서 혼자 편하게 살겠다고 결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혼해도 자녀를 낳지 않는다고 독설을 퍼붓는 기성세대를 많이 봤다. 과연 그 독설이 옳은지 의문이다. 지난 5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만25~4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혼·출산·양육 인식 조사’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미혼남녀 10명 중 6명(61.0%)이 결혼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고, 그들 중 75.5%가 아직 미혼인 이유로 ‘경제적 부담’을 들었다. 결혼 의향이 없다고 응답한 나머지 미혼남녀 또한 ‘경제적 부담’(80.8%)을 미혼의 이유로 꼽긴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 조사 결과를 보고 청년 세대가 이기적이기는커녕 오히려 지나치게 이타적이지 않은가 하고 우려했다. 지금 형편으로는 배우자와 자녀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할 것 같아서 미리 자신을 내려놓고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정부도 이 같은 현실의 심각성을 아는지 정책을 현실에 맞게 바꾸고 있는 모양이다. 올해 4월 말부터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과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부부 중복 청약이 가능해졌다. 부부가 가구를 합치면 청약 기회가 한 번으로 줄어들어 혼인신고를 꺼리게 하는 부작용이 있었다는 반성에서 나온 조치다. 신혼부부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요건은 지난해 연 소득 6000만원에서 7500만원으로 오른 데 이어 올해 1억원으로 한 번 더 상승했다. 바뀐 정책이 현실에서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진 의문이다. 집값 상승세는 여전히 가파르고, 신고가 속출을 알리는 뉴스는 쏟아지고 있으니 말이다. 현실은 늘 정책보다 몇 걸음 앞서 있다.
가까운 편의점에 들어가 살펴보자.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가장 직관적인 홍보 전략은 ‘원 플러스 원’이다. 결혼과 출산은 물건 구매와 감히 비교할 수도 없는 인륜지대사다. ‘원 플러스 원’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1 더하기 1이 2는 된다는 확신이 서야 결혼율과 출산율이 움직이지 않겠는가. 확실한 해결책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1 더하기 1이 3이어도 결혼과 출산을 고민할 판인데, 2도 안 되는 세상이 계속되는 한 결혼율과 출산율 상승은 요원하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정진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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