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지멘시
아야노 고, 고이케 에이코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법률적 실무를 맡는 사람, 서류를 위조하는 사람, 소유자 행세를 하는 사람 등이 각자 역할을 맡아 사기 치는 모습은 한국 영화 ‘도둑들’을 보는 재미와 유사하다. 드라마에 몰입하게 만드는 스릴 넘치는 전개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원작은 2019년에 발매된 신조 고의 동명 소설로 2017년에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주택 관련 대기업 세키스이 하우스가 지멘시 그룹에 토지 거래를 둘러싸고 약 55억 엔을 사기당한 사건이다. 드라마는 사기 금액을 100억 엔으로 늘렸으며, 회사 이름도 세키요 하우스로 바꿨다. 지상파 방송들은 광고 등을 의식해 대기업 관련 실제 사건을 다룬 드라마를 제작하기 힘들었을텐데 넷플릭스라서 가능했던 것 같다.
드라마에서는 정교한 신분증 위조를 비롯해 다양한 사기 수법이 등장한다. 대기업도 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는 이 드라마가 나올 때까지 지멘시라는 말을 몰랐는데, 오래전부터 있는 말이라고 한다. 1940년대 후반 전쟁으로 인해 등기 서류가 소실되는 등 혼란기에 지멘시 사기가 많아졌고, 이후 80년대 후반 버블 경제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멘시 사기가 다시 횡행했다고 한다. 세키스이 하우스 사건은 2021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한국에서도 부동산 관련 사기가 늘고 사기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한국인들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드라마는 세키요 하우스 사건 전의 또 다른 지멘시 사기도 소개하고 있다. 그 사건의 부동산 소유자는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한 노인이었다. 일본과 한국 양국 모두에서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고 있어, 앞으로 나이 많은 노인을 노린 사기가 늘지 않을까 걱정된다. 속지 않기 위해 주변을 의심하면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은 유쾌하지 않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던져주는 교훈은 작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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