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 왜 끌릴까…취향의 뇌과학
수전 로저스, 오기 오가스 지음
장호연 옮김
에포크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나는 켄의 머릿속, 즉 켄월드에 들어가게 됐다.”
2004년 미국 뉴욕타임스에 실린 에세이 ‘나를 알려면 나의 아이팟을 보라(To Know Me, Know My IPod)’의 첫 문장이다. 켄이란 동료에게 산 중고 아이팟에 그의 음악 라이브러리가 남아있었고, 3000곡이 넘는 플레이리스트를 ‘엿듣고’ 나니, 동료의 몰랐던 면이 보이고 그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그렇다. 음악은 듣는 이의 자아와 공명한다.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를 보면 그 리스트의 주인이 보인다. 문제는 사람마다 음악 취향이 제각각이란 점. 어떤 사람은 헤비메탈에 열광하고 어떤 사람은 힙합만 듣는다. 어떤 사람은 멜로디를 따지고 어떤 사람은 가사에 집착한다. 하지만 왜 그런지 당사자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유가 뭘까.
저자는 오랜 음반업계 경험과 다양한 인지신경과학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이렇게 설명한다. 음악의 특징은 크게 7가지 차원으로 분석할 수 있다. 미적 차원인 진정성·사실성·창의성, 음악적 차원인 멜로디·가사·리듬·음색이다. 각 차원에는 사람의 신경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최적 지점(sweet spot)이 존재하는데, 그 최적 지점의 조합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 조합에 얼마나 가까우냐에 따라 각자 느끼는 음악적 쾌감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저자의 경우 미적 차원에서 세련되고 이지적인 음악보다 소박하고 순수한 음악을(진정성), 컴퓨터 샘플링한 추상적 음악보다 어쿠스틱 악기로 실황 분위기를 내는 음악을(사실성), 익숙한 음악을 반복해 듣기보다 참신한 음악에 도전하는 걸(창의성) 즐긴다는 식이다.
저자는 이런 선호에 ‘다름’만 있을 뿐 ‘우위’는 없다고 거듭 강조한다. “어떤 사람은 늘 청바지만 입고 어떤 사람은 한 벌도 없다. 누군가가 데님을 좋아하느냐 아니냐는 그 사람의 패션 아이큐에 대해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청바지가 그 사람에게 어울린다는 것을 말할 뿐”이란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의 ‘음악 프로파일’을 아는 게 중요한 건, “음악적 정체성이 어떻게 되는지 더 잘 이해하면 음악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되고, 자신감 있게 더 풍요로운 음악생활을 하게 되고, 항상 좋아했던 음악에서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아울러 스스로에 대해 새롭고 놀라운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저자 수전 로저스는 미 버클리음대 심리음향학 및 음반 프로듀싱 교수다. 마흔 넘어 공부를 시작하기 전 사운드 엔지니어, 음반 프로듀서로 오래 일했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앨범 중 하나’로 꼽히는 1980년대 프린스의 명반 ‘퍼플 레인’ 제작에 참여했고, 베어네이키드 레이디스의 ‘원 위크’ 등 18장의 골드·플래티넘 앨범을 제작했다. 공저자인 오기 오가스는 신경과학자다.
책에는 바흐의 ‘마니피카트D장조’부터 비틀스의 ‘아이엠 더 월러스’까지 본문에 나오는 곡들의 유튜브 링크 QR코드가 있다. 직접 들으며 읽어보자.
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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