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호, 마크 로스코, 니콜라스 파티…세계 미술계 별들이 뜬다, 9월 아트페어·비엔날레 기간 장외전
키아프·프리즈·부산·광주비엔날레 한꺼번에 열리는 미술의 계절, 주목할 만한 전시
미술관 중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세계적 명성의 한국 미술가 서도호의 개인전을 16일 시작한 서울 아트선재센터다. 전시작 중에는 1998년에 처음 발표되어 센세이션을 일으킨 후 최근 미국 워싱턴 DC 스미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 앞마당에 설치되기도 한 역(逆)기념비 조각작품 ‘공인들’의 움직이는 버전(1/6 사이즈 모형)이 있다. 세계 최초 공개다. 작가의 작품은 프리즈 서울의 리만 머핀 갤러리 부스에서도 볼 수 있다. 또한 프리즈 서울의 LG OLED 라운지에서 그가 동생인 서을호 건축가와 협업해 부친인 수묵추상 대가 서세옥(1929~2020)을 기리는 미디어아트를 선보인다.
오는 31일에는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이 스위스 화가 니콜라스 파티의 대규모 개인전을 시작한다. 젊은 나이에 세계 미술시장에서 가장 ‘핫’한 작가들 중 한 명이 된 파티는 옛 명화의 모티프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초현실적 풍경화와 초상화를 선보여왔다. 주로 파스텔을 사용하며, 통통 튀는 색채와 뚜렷한 면 분할이 특징이다. 2022년에는 그의 대형 풍경화가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우리 돈으로 약 88억원에 낙찰됐다. 또한 미국 워싱턴 DC의 허시혼 미술관 등 여러 권위 있는 기관에서 개인전이 열리기도 했다.
다만 최근에 파티의 작품이 경매에서 유찰되며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도 엄청난 수의 팬을 보유한 작가인 만큼 그의 첫 국내 미술관 전시는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 전시를 통해 그가 ‘반짝 작가’인지 아니면 ‘미술사적으로 성장할 작가’인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작품은 오는 30일 시작하는 필립스옥션 특별전 ‘푸른 세계로의 여정’애서도 만날 수 있으며, 프리즈 서울 하우저&워스 갤러리 부스에서도 볼 수 있다.
다음 달 3일에는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북유럽 출신 예술가 듀오 엘름그린&드라그셋의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이들은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건축적 설치와 조각, 퍼포먼스로 우리를 둘러싼 일상적인 것들의 사회·정치·역사적 맥락에 대해 질문을 던져왔다. 예를 들어 영웅적인 기마상을 목마 탄 아이로 대체한 전쟁기념비 풍자 작품을 2011년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설치하기도 했다. 이들의 작품은 프리즈 서울의 페이스 갤러리 부스에서도 볼 수 있다. 또한 키아프 서울은 아모레퍼시픽미술관과 협력해 키아프 VIP 대상 프라이빗 전시 투어를 6일에 실시할 예정이다.
5일에는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한국계 미국 작가 아니카 이의 아시아 첫 미술관 전시가 열린다. 기술과 생물학을 융합하고 감정·정치성·비인간 지능을 탐구하는 실험적인 작업으로 2016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휴고보스 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박테리아·포자 같은 미생물도 작품 재료로 활용하는데, 이들은 공중을 떠다니며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프리즈 서울의 글래드스톤 갤러리 부스에서도 볼 수 있다.
한편 화랑들도 미술계 별들의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본래 미술계에서는 같은 작가의 개인전이라도 미술관과 화랑의 전시를 구분한다. 미술관 전시는 비영리적 목적으로 큐레이터(학예사)가 작가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해석을 통해 그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것이라면, 화랑 전시는 기본적으로 판매를 위해 작가의 신작이나 미공개작을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술사 구축에 일조하겠다는 야심이 있는 화랑들은 개인전에 많은 공을 들이며 종종 특별한 기획을 통해 ‘뮤지엄급 전시’를 선보이기도 한다.
화랑도 분주, 이우환과 마크 로스코 주목
최근 몇 년간 서울에 입성한 다른 주요 해외 갤러리들도 인기 작가들의 개인전을 마련했다. 한남동에 위치한 타데우스 로팍 서울은 3일부터 아일랜드계 미국 추상화가 션 스컬리의 개인전을 시작한다. 강남 도산공원 인근의 화이트 큐브 서울은 4일 멕시코의 개념미술가 가브리엘 오로즈코의 전시를 개막한다.
9월에 일제히 진행되는 아트페어·비엔날레와 국내외 미술계 별들의 개인전들은 세계 동시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즐기면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접근해볼만하다.
■ 아트페어·비엔날레·화랑, 16코스 미술여행도 가능
「 “올해 키아프 서울의 키워드는 ‘확장’이다. 전시 공간을 확대하고 ‘대한민국 미술축제’를 통해 비엔날레와도 연계된다.” (황달성 한국화랑협회 회장)
“키아프와 프리즈는 성공적인 협업으로 아시아의 아트페어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
지난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키아프·프리즈 관계자들은 협업으로 인한 시너지와 확장성을 강조했다. 2022년 공동 개최가 시작된 후로 광주·부산비엔날레와 겹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인데,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정부도 나서 전국적인 ‘대한민국 미술축제’를 실시한다.
하이라이트는 아트페어·비엔날레·미술관·화랑을 전시해설사와 함께 돌아보는 ‘미술여행주간’ 프로그램이다. 참가비는 5000원. ‘대한민국 미술축제’ 웹사이트에서 전국 16개 코스의 예약을 받고 있는데 23일 현재 이미 10개 코스가 매진되었다. 광주·부산 비엔날레 입장권의 30%를 할인하는 통합 입장권 및 철도승차권과 각 비엔날레 할인권을 결합한 특별 관광상품도 판매된다.
」
문소영 기자 sym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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