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일색 지도부, 저조한 투표율…민주당서 호남은 변방?

고정애.성지원 2024. 8. 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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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전당대회로 본 호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들이 지난 4일 오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 당대표·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강선우·정봉주·민형배·김민석·이언주 의원. [뉴시스]
#1. ‘호남, 민주당 상징인가? 변방인가?’

더불어민주당의 8·18 전당대회 이후인 20일 광주KBS가 마련한 토론회의 제목이다. 사회자는 도입부에 “광주·전남에서 지도부에 한 명도 끼지 못했고 특히나 (최고위원에) 세 번 연속 도전이 실패하면서 여당 아니라 야당에서도 존재감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2. “지명직 최고위원 2명 임명 때 호남 인사를 배려해야 한다.”

민주당의 박지원 의원과 우상호 전 의원이 최근 한 말이다. 우 전 의원은 “호남 대표성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했고 박 의원은 아예 특정 의원을 거명했다.

오랫동안 ‘더불어민주당=호남’이었다. 김대중(DJ) 대통령 때는 물론이고 DJ 이후에도 그랬다. 민주당을 대표하는 지도자는 호남 출신이거나 호남을 동력 삼아 도약했다. 전자가 DJ라면 후자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이다. 그러는 사이 민주당의 숙제는 압도적인 호남세를 여하히 덜 드러내느냐였다. 그러니 호남이 민주당의 ‘변방’이거나 ‘안배’의 대상이란 됐다는 주장은 과거에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얘기다.

DJ·노무현·문재인 모두 호남 기반
외양상으론 그럴만하다. 지도부의 출신지 풍경이 바뀌었다. 이재명 대표, 그리고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3명(전현희·김병주·이언주)이 영남 출신이다. 김민석 최고위원도 선산은 경남 사천에 있다. 유일한 예외가 한준호 최고위원인데 호남보단 전북 정체성(전주)이 강하다. 호남 출신을 강조하던 민형배 의원은 최고위원 선거에서 낙선했다. 더군다나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21년엔 서삼석 의원이, 2022년엔 송갑석 의원이 도전에 실패했다.

당원 구성이 극적으로 바뀌었냐면 그렇지 않다. 민주당 당원 512만 명 중 호남에 거주하는 당원이 33.3%다. 이번 전대의 권리당원 선거인단 122만여 명 중 33.5%였다. 셋 중 하나란 의미다. 수도권 비중이 40%대로 올라섰다지만 여전히 상당수는 본인 또는 부모가 호남 출신인 ‘출향 호남인’일 가능성이 있다. 여전히 호남의 발언권이 강한 구조란 의미다.

그런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조귀동 ‘정치컨설팅 민’ 전략실장은 “이번 경선에서 호남이 이제 하위파트너가 됐다는 게 명확히 드러났다”며 “서삼석·송갑석·민형배 의원의 득표율이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11.11%(서삼석)에서 9.05%(민형배)가 됐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dcdcdc@joongang.co.kr
조 실장이 특히 주목하는 건 투표율이다. 권리당원들의 현장투표만 보면 전국 투표율이 30.9%인데 호남 투표율은 20.3(전북)~25.3%(광주)이었다. 제주(18.4%) 정도를 빼곤 최하위권이었다. 이번엔 광역단체별 경선을 끝낸 뒤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권리당원을 대상으로 ARS투표를 실시, 투표율을 42.3%로 끌어올렸다. 13만9000여 명이 뒤늦게 참여했는데 이들까지 포함한 지역별 투표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ARS투표 때 지역을 묻지 않아서란 이유다. 당에선 “이번에도 전국 투표율에 육박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조 실장은 “(현장투표 때) 5, 6%포인트 차이를 따라잡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전대에선 광역단체별로 현장투표와 ARS투표를 병행해서 지역별 투표율이 나왔다. 전체 권리당원 투표율이 37.1%일 때 호남은 34.1(전북)~37.5%(전남)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투표율에 주목하며 “호남의 불편함은 찬성률로 나타나는 게 아니라 투표율로 나타난다”고 했다. 이어 “호남이 주도권을 쥔 게 아니라 종속화되는 구조”라며 “대구·경북(TK)과도 다른데,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을 떠올려보면 알 것”이라고 했다.

‘호남 정치’의 해체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광의의 호남은 광주·전남과 전북 거주자뿐 아니라 출향 호남인도 포함한다. 인구 자체만 보면 호남이 영남에 밀리지만 출향 호남인까지 포함할 경우 또 이들 간 결집도까지 감안할 경우 영남과 대응한 경쟁을 벌여온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게 흔들린다는 것이다. 조귀동 실장은 광주에서 27.8%까지 득표한 민형배 의원이 경기에도 7.5%를 득표한 점, 한 최고위원이 전북에서 21.3%(1위)였으나 광주·전남에선 12% 안팎으로 3위를 기록한 점을 들었다. 전북을 두곤 “거의 반쯤 떨어져 나간 상태”라고 표현했다.

조국당 신장식, 재선거위해 호남 월세살이
여기엔 반론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적절한 인물이 등장하면 호남이 주도권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호남은 지난 총선에서도 흔들린 바 있다”면서도 “호남인과 출향 호남인들이 (예전만큼) 같이 움직이진 않지만 그래도 야당을 지지하는 기본적 정서란 있다. 새 대안을 놓고 의사결정을 할 때 집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대에서의 낮은 투표율이 이 대표에 대한 뜨뜻미지근한 상태를 반영하는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대표가 자신이 호남에서 흔들리면 지지율이 순식간에 달라질 수 있다고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민주당(36.7%)을 제치고 호남에서 1위를 한 조국혁신당(44%)이 10·16 전남 곡성·영광군수 재선거에서 민주당을 제치고 ‘군수 당선자’를 내겠다고 총력전을 펴고 있다. 신장식 의원 등은 아예 현지에서 월세살이를 하겠다고 나섰다.

고정애·성지원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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