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박람회’만도 무려 84차례
강혜란 2024. 8. 24. 00:01
기시 도시히코 지음
정문주 옮김
타커스
1938년 중일전쟁을 시작한 일본은 국민들에게 이 전쟁이 성전(聖戰)임을 각인시키고자 박람회를 열었다. 전장을 일부 재현하고 전황 사진이 담긴 그림엽서 등을 진열한 박람회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8년간 총 84차례가 열렸다. 항전의지를 고취시키는 광적인 열기가 더할수록 선전용 사진·화보·영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니 전시(戰時) 보도는 미디어기업의 돈벌이가 되기도 했다.
책은 ‘제국 일본’이 1894년 청일전쟁부터 1945년 태평양전쟁 패망 때까지 약 10년 주기로 벌인 전쟁들과 이 시기 벌어진 일본 안팎의 프로파간다 사례를 조명했다. 초창기 니시키에(다색 목판화)로부터 관련 기술의 발달과 함께 삽화·만화·포스터·영상까지 아우르게 된 ‘전쟁의 스펙터클’을 돌아본다. 애초엔 총동원체제에 따른 검열과 압박이었을지라도 각 신문사 및 관련 기업이 점차 ‘전쟁 콘텐트’를 앞세워 독자를 늘렸고, 이렇게 전쟁열이 고조된 덕에 일본의 50년 전쟁이 지속가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교토대 동남아지역연구소 교수로 20여년간 동아시아 도화상(圖畫像) 연구에 천착해 왔다. 그가 직접 아사히·요미우리 신문 등의 원판 보관소에서 찾아낸 당대의 편파·왜곡 보도가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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