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된 작품만 50편, 장르 대명사 된 작가
베브 빈센트 지음
강경아 옮김
황금가지
‘캐리’(1976) ‘샤이닝’(1980) ‘스탠 바이 미’(1986) ‘미저리’(1990) ‘쇼생크 탈출’(1994) ‘시너’(1996) ‘그린 마일’(1999) ‘다크 워크: 희망의 탑’(2017) ‘그것’ (2017, 2019)… 각별한 영화팬이 아니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개봉 영화들로 스티븐 킹의 소설들을 각색한 작품들이다. 킹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은 거의 50편에 달한다. 그는 이 부문 기네스북 타이틀 보유자다. ‘트럭’(1997) ‘맹글러 리본’(2005) 등 비디오·TV·스트리밍 영화 20여 편, ‘샬렘스 롯’(1979) ‘미래의 묵시록’(1994) ‘캐슬록’(2018~2019) 등 TV·스트리밍 시리즈·미니시리즈 20여 편 등 목록은 끝이 없다.
스티븐 킹이라는 이름은 ‘공포’와 동의어로 여겨진다. 그는 공포 장르의 대명사다. 『해리 포터』의 JK 롤링, 『다빈치 코드』의 댄 브라운 같은 동시대 소설가 중 킹보다 책을 더 많이 판 작가는 있을지 몰라도 킹처럼 해당 장르 자체의 상징이 된 작가는 없다. 그는 혈혈단신으로 전 세계에 공포소설 붐을 일으켰다. 세 번째 소설 『샤이닝』(1977)이 베스트셀러가 됐을 무렵 킹은 이미 현대 공포소설의 거장으로 불렸다. 명민한 스토리텔링 능력이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스물일곱 살 되던 해인 1974년 소설 『캐리』가 세상에 나온 이후 50년 동안 킹의 책 수백만 부가 전 세계에서 50여 개 언어로 출판됐다. 『캐리』를 내놓았을 때 그는 이미 20년 된 작가였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부터 독서광이었던 킹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여섯 살때부터였다.
『샤이닝』의 뒤를 잇는 본격 공포소설 『크리스틴』(1983)의 영화 판권은 원고 작업 도중에 판매됐으며, 소설이 출간되기 나흘 전에 벌써 제작에 돌입했다. 같은 해에 영화 개봉과 책 출간이 이루어져 출판사는 영화가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까 봐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로큰롤 광팬이었던 킹은 이 책의 챕터 앞머리마다 노래 가사를 삽입했는데 저작권료를 무려 1만5000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잡지 ‘타임’은 『사계』(1982) 출간 이후 킹을 “문자 이후 시대의 산문 거장”이라고 칭송했다. 킹은 장편·단편소설가일 뿐 아니라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 제작자이며 영화 감독이자 배우이기도 했다. TV 광고에도 등장했으며 잡지 ‘타임’의 커버를 장식한 인물이기도 했다. 다재다능, 만능 그 자체였다. 킹은 『스탠드』(1978)의 94년 미니시리즈에서 테디 웨이작 역을 맡아 배우로 출연했다. 그는 ‘크립쇼’에서도 조디 베릴 역을 연기하는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킹의 일흔다섯번 째 생일 즈음에 발간된 이 책은 그의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을 스토리텔링화한 것으로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다. 열혈 킹 독자들에겐 팬북이며 그를 잘 몰랐던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하는 강의서다. 한 달째 지속되는 무더위를 한 방에 확 날려 버리는 킹의 오싹한 공포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한경환 자유기고가 khhan88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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