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푸틴 배후의 전통주의
벤저민 R 타이텔바움 지음
김정은 옮김
글항아리
대안우익(alt-right)이라는 유령이 전 세계에 출몰하고 있다. 전통 가치를 중시한다는 전통주의를 앞세워 다문화주의에 맞서며, 백인 남성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페미니즘과 낙태에 반대하는 세력이다. 백인우월주의·이슬람포비아·반유대주의·반페미니즘·반이민주의·우익포퓰리즘과 궤를 함께한다.
미국 콜로라도대 인류학자인 지은이는 민족음악학 연구를 위해 스칸디나비아 내셔널리스트들을 만나다 극우 포퓰리즘과 북유럽 네오나치 무장운동까지 다양한 대안우익의 세계를 파고들게 됐다. 특히 대안우익의 배후 이론가·행동가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면서 이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파헤쳤다. 지은이는 전 세계의 수많은 대안우익 이론가들이 막후에서 권력 브로커로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수석 고문을 지낸 스티브 배넌과는 2018년 6월~2019년 9월 총 20시간에 걸쳐 온더레코드(공개를 전제로 한) 인터뷰를 했다. 배넌은 전통주의에 대해 “현대성·계몽주의·물질주의를 거부하는 것”이라며 “영성과 문화적 본질에 대한 고려가 사회와 정치를 이끄는 것이 이상사회”라고 설명한다. 현재 세계를 부정하면서 전복을 열망하는, 반체제적 의도마저 엿보인다.
2008년 조지아 침공과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정학적 야망을 배후조종하는 인물로 알려진 철학자 알렉산드르 두긴과도 접촉했다. 두긴은 “반유대주의적인 것은 뭐든 좋다”며 혐오를 조장하는 위험인물이었다. 지은이는 인터뷰를 통해 배넌과 두긴이 2018년 로마에서 만나 대화한 내용을 밝혀냈다.
2019~2022년 브라질 대통령을 지낸 포퓰리스트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조언자인 올라브 지 카르발류는 전통주의가 정치·사회를 좌우하도록 권력·영향력 획득에 주력했다. ‘열대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는 그 열매였다. 원제 War for Eternity: The Return of Traditionalism and the Rise of the Populist Right.
채인택 전 중앙일보 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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