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50] 오아시스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2024. 8. 23.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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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사막의 오아시스. 오아시스에서는 올리브, 무화과, 옥수수, 보리 등 다양한 작물을 경작한다. 가장자리에는 커다란 대추야자수를 심어서 바람에 날려 오는 모래가 농작물을 망치지 않도록 방어막을 만든다./박진배

‘오아시스’는 사막에서 발견되는, 지하수를 품어 물이 고여 있는 지형이다. ‘비옥한 지역’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되었다. 우리가 상상하는 오아시스는 보통 영화의 한 장면과 쉽게 연결된다. 끝없는 모래사막 한가운데 야자수 나무가 한 그루가 있고, 그 앞에 연못같이 물이 고여 있는 이미지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의 스케일과 의미를 지니는 장소다. 사막의 수원(水源)에 형성된 농경지, 거주지, 그리고 나아가서는 도시를 뜻한다. 사냥과 채집으로 먹고살던 인류가 물이 흐르는 지역을 중심으로 정착, 농사를 짓고 마을을 형성했던 역사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장소다. 모로코의 마라케시(Marrakesh)는 오아시스로부터 만들어진 대표적인 도시다.

오아시스의 가장자리에는 커다란 대추야자수를 심어서 바람에 날려 오는 모래가 농작물을 망치지 않도록 방어막을 만든다. 그리고 그 테두리 안에서 올리브, 무화과, 옥수수, 보리 등 다양한 작물을 경작한다. 그렇게 해서 메마르고 황량한 환경에서 생명을 존재시키는 자원이자 식량과 가축 생산의 수단이 된다.

물이 있는 곳은 교역이나 이동의 중심지가 되므로 과거 오아시스를 장악하는 사람들은 권력을 지닌 지도자들이었다. 실제로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는 베두인족으로 등장하는 배우 오마 샤리프가 자신의 우물에서 물을 먹는 가이드를 총으로 쏴서 죽이고선 “그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물은 모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흔히 사용되는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표현은 그 모래와 물의 대비되는 물성 요소만큼 인생의 은유로도 사용된다. 사막에서는 계속 걸어야 하고, 오아시스를 만나면 목을 축이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또 작별하거나 정착하는 운명이 그렇다. 오아시스는 아마도 인간이 자연을 개척해서 만든 공간 중에서 가장 원초적이고 기능적이며 아름다운 공간 중 하나일 것이다.

“내게는 미시시피와 같은 부정의와 차별로 가득한 사막이 언젠가 자유와 정의의 오아시스로 변하는 꿈이 있습니다.” - 마틴 루서 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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