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68]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생길까

하지현의 책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고’에서 정신과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근데 저 같은 환자는 처음이시죠?”라는 걸 보고 팩폭이라고 직감했다. 그의 전작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역시 자신만 이상한 것 같다는 환자들의 말에 대한 세심한 답변이라는 것도 알아챘다. ‘착하게 산 내게 왜! 왜 나만!’이란 비통함은 본인 얘기를 소설로 쓰면 책 한 권이라는 사람들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가장 친한 친구가 알고 보니 내 남친과 바람이 났다거나, 은퇴 후로 미뤘던 세계 일주를 계획하던 순간 병을 진단받거나, 대출받아 투자한 가게가 폭삭 망하는 불행 역시 안타깝지만 흔하다. 이런 불행은 내가 전생에 죄를 지어서도, 잘못을 해서도 아니다. 100만 유튜브는 눈에 띄어도, 구독자 100명 미만인 수십 만 유튜버가 자신의 채널을 접고 떠나는 것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실패담은 뉴스에 나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이트가 ‘정신 치료는 비극을 행복으로 바꾸는 것이 아닌 보편적 불행으로 옮기는 것’이라고 말한 것 역시 그런 이유다.
배부르고 등 따스우면 편안해진다. 행복은 이처럼 나른하고 모호하다. 이에 비해 불행하면 온갖 생각이 머리를 두드리며 편도체가 활성화된다. 인간의 부정 편향은 바람에 흔들리는 풀숲에서도 맹수의 존재를 파악해야 생존할 수 있었던 우리 조상의 원시 뇌 때문인데, 99개의 선플 속에 달린 단 한 개의 악플이 우리를 불행으로 끌어당기는 것도 그런 이유다.
저자의 말처럼 누군가를 사랑할 때 할 수 있는 ‘그냥’이란 대답이 헤어질 땐 구구절절 수많은 이유가 되어 나오는 것도 행복에 비해 또렷한 불행의 구체성 때문이다. 불행은 바다에 파도가 치듯 일어난다. 불행이 삶의 디폴트값이라 여기면 얻는 심리적 이득은 예상보다 크다. 자기 자신에게 지금 행복한가를 과도하게 묻는 사람은 오히려 행복 스트레스로 불행해지기 쉽다. 차가 망가졌지만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행복을 희귀하다고 믿으면 작은 행복에도 깊이 감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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