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 '폭파 예고' 전화까지...한국계 교토국제고, 시련 딛고 정점 올랐다

[스포탈코리아] 신희재 기자=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등학교(이하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우승에 대한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그 가운데 교토국제고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일본 언론을 통해 소개돼 눈길을 끈다.

교토국제고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대회) 결승에서 간토다이이치고를 연장 10회 승부치기 끝에 2-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교토국제고가 고시엔에서 우승을 차지한 건 야구부 창단 후 처음이다.

일본 매체 니칸스포츠는 23일 특집 기사를 통해 일본 고교야구 '꿈의 무대'에서 우승한 교토국제고의 여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교토국제고의 우승엔 고마키 노리츠구 감독의 헌신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고마키 감독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재도약하겠다는 굳은 결의로 오늘날의 영광을 만들었다.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강팀이면서도 이례적으로 좁은 운동장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홈플레이트 기준 왼쪽 끝이 70m, 오른쪽 끝은 60m밖에 안 될 정도. 불리한 여건을 극복한 건 연습 또 연습이었다. 고마키 감독은 매일 오후 10시 30분 점호 전까지 자발적으로 연습하는 분위기가 조직력 강화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을 뿌리로 뒀다는 이유로 황당한 일도 경험했다. 과거 교토국제고 본관과 기숙사에는 여러 차례 '폭파 예고' 전화가 울린 적이 있다. 초창기 야구부 선수들은 다른 학교 선수들로부터 좋지 않은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럼에도 명장 고마키 감독 아래 똘똘 뭉친 선수들은 고시엔에서 시련을 딛고 매 경기 드라마를 써 내려가며 새 역사를 만들었다.

전교생이 138명인 교토국제고는 61명이 야구부원일 정도로 야구에 진심인 학교다. 1947년 개설해 1999년 야구부를 창단했는데, 당시 일본에서는 최초의 외국인 학교 야구팀으로 주목받았다. 교토조선중학교, 교토한국학원을 거쳐 2004년 지금의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고시엔 출전은 2021년을 시작으로 올해가 세 번째였으나 우승을 차지해 파란을 일으켰다.

교토국제고는 일본의 소재 학교임에도 "동해 바다 건너서"로 시작해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으로 끝나는 한국어 가사의 교가로 화제를 모았다. 우승 직후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열도 전역에 교가가 송출되는 등 대회 내내 한일 양국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교토국제고는 우승 직후 SNS를 통해 "야구부의 우승을 축하한다. 우승을 위해 선수들은 고난과 땀을 흘리며 밤늦게까지 열심히 훈련을 거듭해 왔다. 노력과 열정이 멋진 결과로 이어졌다. 전교생, 교직원, 졸업생, 보호자님들 그리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의 응원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축하와 감사의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교토국제고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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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국제고, 23일 창단 후 첫 고시엔 우승 화제
-오른쪽 담장 60m 남짓한 좁은 운동장에서 구슬땀 흘려
-한국계라는 이유로 여러 차례 '폭파 예고' 전화 받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