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현수]두고두고 남을 고물가 후폭풍… 물가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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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광화문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샐러드를 시켰다.
'미친 물가'로 악명 높은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 임기를 보내며 고물가에 시달릴 만큼 시달렸는데 3년 만에 돌아온 서울도 만만치 않았다.
고물가로 과거 생활 수준을 감당할 수 없고, 생계비에 짓눌리면 실질 고통도 커진다.
기후변화나 전쟁, 무역장벽과 같은 변수로 이미 고물가는 장기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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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2만6000원이라고요?”
최근 서울 광화문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샐러드를 시켰다. 가격이 비싸 2인분 몫을 기대했지만 양이 터무니없이 적어 놀랐다. ‘미친 물가’로 악명 높은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 임기를 보내며 고물가에 시달릴 만큼 시달렸는데 3년 만에 돌아온 서울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과일 채소 값은 이 가격이 맞는지 여러 번 확인할 정도다. 얼마 전 온라인 다이어트 정보 영상에 출연한 한 의사가 “고기를 상추 여러 겹으로 싸먹으라”고 하자 갑자기 댓글창이 고물가 성토장으로 바뀌었다. ‘상추 여러 겹은 사치’라는 것이다. 폭우 탓에 지난달 상추값은 전달보다 170% 이상 폭등했다.
‘체감’ 물가와 지표상 물가의 괴리는 크다. 사실 물가상승률은 일부 채소 등을 제외하고 안정세다. 2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만 보면 목표 수준에 수렴한다는 확신을 좀 더 갖게 됐다”고 했다. 집값 상승 때문에 금리를 못 내려도 물가는 안정됐다는 것이다. 고강도 긴축으로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종식을 선언하고 금리 인하 첫발을 내딜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종전 선언이 무색하게 일반 국민들의 물가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크게 오른 가격에선 낮은 상승률도 부담이다. 가격에는 이른바 심리적 저항선이라는 것이 있다. ‘5000원 커피’, ‘1만 원 냉면’, ‘2만 원 파스타’를 넘어서면 그만큼 거부감이 증폭된다. 고물가로 과거 생활 수준을 감당할 수 없고, 생계비에 짓눌리면 실질 고통도 커진다. 게다가 오랜 고금리 긴축 정책 끝에는 경기 둔화가 기다리고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따른 ‘생계비 위기’라는 후유증은 지표보다 강력하고 끈질기게 남을 것이다.
경제에 민심이 성이 나면 어김없이 포퓰리즘이 고개를 든다. 박빙의 미국 대선전에서 식품 기업 가격 통제가 화두로 떠오른 것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상승세를 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제1호 경제공약으로 ‘바가지 가격(price gauging)’을 법으로 금지하겠다고 했다. 여론조사마다 물가에 대한 분노가 나오니 내놓은 공약이다. 하지만 법이 기업 이윤 중 탐욕과 적정이익을 구분해 선을 긋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격 통제는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시장 참여자를 줄여 종국엔 가격 폭등을 부르기도 한다. 성공한 전례가 매우 드문 이유다.
정치인들이 이를 모를 리 없지만 당장의 표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도 야당이 전 국민에게 25만 원을 뿌리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팬데믹 시기 공급이 위축된 와중에 전 세계가 돈을 풀어 수요를 자극했을 때 나타난 인플레이션 폭풍을 잊은 것일까. 고물가 고금리를 불러온 정책을 또다시 고물가의 대책으로 내세울 순 없다. 결국 물가 대책은 오래 걸리더라도 수요 공급 균형으로 풀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나 전쟁, 무역장벽과 같은 변수로 이미 고물가는 장기전이 됐다. 경기까지 둔화돼 생계비 위기가 더욱 커질 때, 희한한 포퓰리즘의 유혹을 참는 것이 ‘물가 대책’의 첫 단추일 것이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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