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안타 4출루에 헬멧 벗겨지며 홈 질주, 사령탑 기대 그대로 황영묵이 다시 빛났다
사령탑이 믿고 꺼낸 승부수에 선수가 200% 부응한다면, 그 경기는 잘 풀릴 수밖에 없다. 한화 황영묵이 김경문 감독의 신뢰에 화답하며 치고 달리고 날았다.
황영묵은 23일 잠실 두산전 2루수 1번 타자로 나섰다. 기존 1번 요나단 페라자를 2번으로 내리는 대신 하위타순에서 주로 활약했던 황영묵을 전진 배치했다. 김 감독은 “(황)영묵이가 볼도 골라내고 커트도 많이 하는 유형이라 더 많이 출루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영묵의 이날 활약은 김 감독의 기대치를 훨씬 더 웃돌았다. 1회부터 중전안타를 치고 나가 채은성의 희생플라이에 홈을 밟으며 선제점을 올렸다. 4회에는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나왔지만 맥없이 물러나지 않고 끝까지 투수를 물고 늘어졌다. 볼 카운트에서 2-2에서 3구 연속 파울 타구를 만들며 버텼고, 8구째 다시 중전 안타를 때렸다. 폭투에 2루까지 진루한 황영묵은 페라자의 적시타에 가볍게 홈을 밟았다. 2사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버텨준 황영묵 덕에 한화는 귀중한 추가점을 냈다.
황영묵이 이날 가장 빛난 건 8회였다. 직전 이닝 대거 3실점하며 6-4까지 몰리던 상황이었다. 한화의 손쉬운 승리로 끝나는 듯 했던 경기가 조금씩 흔들리던 중이었다. 8회 선두타자로 나온 황영묵이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 나갔다. 1사 후 유로결이 큰 바운드로 3루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쳤다. 타구 체공시간이 길기는 했지만, 홈을 노리기는 쉽지 않은 타구. 황영묵은 계속 달리라는 3루 코치의 수신호에 뒤돌아보지 않고 맹렬히 홈을 향해 질주했다. 헬멧까지 벗겨질 정도로 세차게 달렸고, 헤드 퍼스트로 미끄러지며 한 팔로 홈 플레이트를 쓸었다. 황영묵이 발로 만든 1점으로 한화는 다시 3점 차로 달아났고, 주현상이 9회말을 깔끔하게 막아내며 7-4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
리드오프 황영묵이 4타수 3안타 1볼넷으로 4출루하며 3득점으로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최근 가장 뜨거운 사나이 장진혁도 중견수 6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1회 3점 홈런 포함 4타수 4안타에 1볼넷 4타점으로 맹활약했다. 페라자와 노시환도 각각 4타수 2안타를 때렸다. 한화 선발 라이언 와이스는 6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3승(3패)째를 올렸다.
두산은 시라카와 케이쇼가 1회부터 4실점 하며 경기 시작부터 분위기를 내줬다. 7회 한화 이도윤의 수비 실책과 김서현의 제구 난조를 틈타 3점을 냈지만, 역전 주자까지 나갔던 2사 만루 기회에서 제러드 영이 2-0 유리한 카운트에서 내야 뜬공으로 물러난 게 아쉬웠다.
잠실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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