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점검 맡겨진 김여사 명품백 수사…'면죄부 논란' 잠재울까
절차 서두르면 총장 임기 내 처분 가능…결론 바뀔 가능성은 크지않아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이원석 검찰총장이 23일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고심 끝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결정을 내렸다.
이 총장 스스로 그동안 여러차례 "성역없는 수사" 원칙을 공언한 상황에서 이대로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 수사 공정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시기부터 김 여사에 대한 대면조사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을 두고 검찰의 의도를 의심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사회 각계의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침으로써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했다'는 검찰 입장에 힘을 실어 보겠다는 것이다.
명품 가방 사건 수사는 이 총장이 지난 5월 직접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이후 본격화됐다.
사건이 불거진 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수사에 나섰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이 총장은 여러 차례 '특혜도, 성역도 없이' 공정하게 수사하겠다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 총장의 이런 의지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 지휘부 전면 교체, 제3의 장소 '출장조사 논란' 등을 거치며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도가 다소 타격을 입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검찰청 소환조사 원칙'을 강조해 온 이 총장으로서는 김 여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수사팀 결론을 그대로 승인하면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임기를 약 3주 남겨놓고 신뢰를 회복하고 절차적 공정성을 보완하기 위한 사실상의 마지막 카드로 수사심의위 소집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 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운영되는 기구로,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기소 여부 등을 심의한다.
심의위에서 의결된 의견은 권고적 효력을 갖는다. 반드시 따라야 하는 건 아니지만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검찰은 2020년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기소하지 말라는 수사심의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 회장을 기소한 바 있다.
반면 올해 1월에는 수사심의위 권고에 따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을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했다.
명품 가방 사건은 이 회장 사건과 달리 사실관계나 법리가 복잡하지 않다는 점에서 수사심의위를 거치기 적합하다는 판단도 소집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수사심의위는 150∼300명의 외부 전문가 위원 중 15명의 현안위원을 무작위로 추첨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후 심의기일을 잡아 주임검사와 사건관계인의 진술을 듣고 결론을 낸다.
이태원 사건의 경우 지난 1월 4일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 11일 만인 같은 달 15일에 심의를 열어 기소를 권고했고 수사팀은 나흘 뒤인 19일에 김 전 청장을 기소했다. 처분까지 보름 정도 걸린 셈이다.
명품 가방 사건 수사심의위도 관련 절차가 신속하게 추진되면 총장 임기가 만료되는 내달 15일 이전에 사건 처분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결론이 뒤집히기 어려운 상황에서 형식적으로 수사심의위를 연다고 '면죄부 논란'이 사그라들겠느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검찰 내부에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과 별개로 현행법상 김 여사를 처벌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청탁금지법 위반은 애초에 처벌 조항이 없고, 알선수재 등 혐의는 직무 관련성을 비롯한 요건이 더 까다로워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대검찰청도 이날 수사심의위 소집 결정을 알리면서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증거 판단과 법리 해석이 충실히 이뤄졌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 총장도 수사팀의 판단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럼에도 수사심의위를 거쳐 '외관의 공정성'을 갖추는 데 치중해 수사 결론을 여론에 맡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수사심의위에서 수사팀 판단과 달리 기소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올 경우 검찰의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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