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발화 14분 만에”…5명 질식사,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이승욱 기자 2024. 8. 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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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7명 등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부천시 호텔 화재 참사는 에어컨에서 불이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데다 좁은 복도 등 건물 구조 탓에 피해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23일 "이번 화재와 관련해 810호(7층) 객실에 설치된 에어컨 전기선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났을 것으로 추정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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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특징상 좁은 복도” 14분 만에 연기로 가득
의무 설치 전 준공…스프링클러 부재가 화재 키워
22일 밤 큰 불이 나 7명이 죽고 12명이 다친 경기 부천시 원미구 중동의 한 호텔에 23일 오전 소방·경찰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사망 7명 등 19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부천시 호텔 화재 참사는 에어컨에서 불이 시작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데다 좁은 복도 등 건물 구조 탓에 피해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23일 “이번 화재와 관련해 810호(7층) 객실에 설치된 에어컨 전기선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났을 것으로 추정 중”이라고 밝혔다. 810호는 애초 이 방을 사용하려던 투숙객이 방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며 교체를 요구했던 객실이다. 소방 관계자는 “해당 투숙객이 방에 들어가니 에어컨에서 탁탁 소리와 함께 타는 냄새가 나 1층 프런트로 내려가 방을 바꿔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소방당국은 810호 객실 에어컨에서 튄 불똥이 침대 등으로 떨어져 불이 붙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2일 오후 경기 부천 모 호텔에서 불이 나 연기가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소방당국은 810호 객실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화재 연기가 복도 등으로 급격히 확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시시티브이(CCTV) 영상을 보면 (저녁 7시)48분 정도에 복도에 연기가 가득 찼다. 호텔 특징상 복도가 좁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의 화재 추정 시간(7시34분)에서 14분쯤 지난 시점에 이미 복도는 연기로 가득 찬 것이다.

이상돈 부천소방서 화재예방과장도 이날 새벽 3차 현장 브리핑에서 “선착대가 도착했을 때 (810호가 있는) 7층에서 급격한 연소 확대가 이어지고 있었고 연기가 창문 등으로 분출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망자 7명 중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숨진 2명을 제외한 5명의 사인은 모두 연기 질식으로 파악됐다.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것도 화재를 키웠다. 소방당국은 “최초 발화 지점인 810호를 포함해 모든 객실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며 “이 건물은 2003년도에 준공됐는데 당시에는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스프링클러 설비 설치 기준을 보면 2003년에는 층수가 11층 이상인 숙박시설에만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후 2018년 6층 이상으로 규정이 강화됐지만 그 전에 만들어진 숙박시설은 소급 적용하지 않고 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지금이라도 법령을 정비해 2018년 이전 숙박시설에도 강화된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숙박시설은 해당 내용을 고지해 투숙객이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률로 규정한 객실 내 완강기 설치 여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2019년 한국소비자원 숙박업소 화재 안전관리 실태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 20곳 중 1곳만 설치 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불이 난 호텔에서 묵었던 ㄱ(23)씨는 “객실 안에 완강기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에어매트로 뛰어내리는 것보다 완강기를 이용했다면 덜 위험했을 것”이라며 “완강기 설치 여부도 점검 대상”이라고 했다.

이승욱 이준희 허윤희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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