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군납 배터리 품질검사 조작…대표 구속영장 신청

이정하 기자 2024. 8.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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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군에 배터리를 납품하면서 검사용 시료를 바꿔치기하거나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품질검사를 통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4월 이런 사실이 품질검사 과정에서 적발됐고, 검사 기관에서 재발 방지 대책 등 후속 조처를 요구했으나 별다른 대책 없이 무리하게 생산에만 몰두하다가 불이 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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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장이 23일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화성서부경찰서에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군에 배터리를 납품하면서 검사용 시료를 바꿔치기하거나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품질검사를 통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4월 이런 사실이 품질검사 과정에서 적발됐고, 검사 기관에서 재발 방지 대책 등 후속 조처를 요구했으나 별다른 대책 없이 무리하게 생산에만 몰두하다가 불이 난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아리셀은 2021년부터 군에 리튬전지 배터리를 공급해왔다. 군납 제품은 의무적으로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의 품질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는 다른 기관에 기능시험을 의뢰해 시험성적서를 받은 뒤 제출받거나, 제작된 전지 중 검수 담당자가 무작위로 시료를 선정해 품질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경찰 조사 결과, 아리셀은 이 두 가지 방식의 검사 결과 모두 조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품질검사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데, 기품원은 그 기간에 업체가 시료를 조작하지 못하도록 검사 설비를 밀봉하고 훼손 방지를 위한 서명을 한다. 아리셀은 몰래 봉인을 제거한 뒤 미리 준비한 품질 검사용 전지로 시료를 바꿔치기한 뒤 서명까지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부 기관에 의뢰한 시험성적서 제출 방식의 경우 성적서 데이터를 조작해 제출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아리셀은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모두 47억원 상당의 전지를 군에 납품했다. 아리셀의 이런 조작 행위는 지난 4월 기품원 검수 담당자가 아리셀 공장을 찾아가 검사하는 과정에서 밀봉 서명이 위조된 사실을 발견하면서 들통났다. 기품원은 납품 중단과 함께 아리셀 쪽에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처를 요구했다. 하지만 아리셀은 별다른 보완 없이 납품 일정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생산 공정을 가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리셀은 올해 1월 방위사업청과 34억원 상당의 리튬전지를 2, 4, 6월에 납품하기로 계약했지만, 4월 납품치가 기품원 품질검사에서 규격 미달 판정을 받아 납품이 중단됐다. 하루 70여만원의 지체상금이 부과되자 아리셀은 4월치 재생산과 6월치 배터리 납기를 맞추기 위해 지난 5월 ‘하루 5천개 생산’ 목표를 세우고 공장을 돌렸다.

이 과정에서 위험물질 취급 공정인데도 불법 인력 파견업체의 비숙련공을 대거 투입하고, 열, 구멍, 케이스 뒤틀림 등이 발생한 불량품도 정상 제품에 포함해 납품하려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의 아들이자 이 회사 총괄본부장 박아무개(35)씨 등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해 계속 수사 중이다.

경기남부경찰청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도 이날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박 대표이사와 그의 아들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아리셀의 경영책임자 박 대표이사가 종사자에 대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본부장인 그의 아들과 안전보건관리담당자 ㄱ씨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숨진 노동자 대부분이 속해 있던 하청업체 메이셀의 실질적 경영자인 ㄴ씨에게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노동부는 아리셀과 메이셀의 관계를 정상적인 업무 도급이 아니라 파견법이 금지하는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의 ‘노동자 파견’이라고 판단했다. 수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안병수 2차장검사)은 이날 경찰과 노동부가 신청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정하 박태우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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