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50명 뿐"...생후 6주부터 매일 토해 튜브로 먹는 아이, 왜?

지해미 2024. 8. 2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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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보고 사례 50건 미만인 희귀질환 가진 아이…여러 장기에 영향 미치는 SHORT 증후군 진단
전세계적으로 50명 미만이 앓고 있는 질환을 가진 아이의 사연이 소개됐다. 영국 에식스 첼름스퍼드에 사는 여덟 살 벨라 콜은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한참 작고 이 때문에 유아로 오해도 많이 받는다. [사진=영국 미러 보도 갈무리]

전세계적으로 50명 미만이 앓고 있는 질환을 가진 아이의 사연이 소개됐다.

영국 일간 더미러에 의하면, 에식스 첼름스퍼드에 사는 여덟 살 벨라 콜은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한참 작고 이 때문에 유아로 오해도 많이 받는다. 아이는 임신 34주 태아기부터 성장을 멈췄다. 출생 당시 체중이 2.1kg로 작은 편이었지만, 그 외에는 건강해 보였다. 하지만 생후 6주 무렵부터 아이는 매일 토하기 시작했고 먹기를 힘들어했다. 이 즈음 벨라의 체중은 1.8kg로 태어날 때보다 줄어 있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코를 통해 관을 넣어 영양을 공급해줬다.

이때의 경험 때문인지 아이는 자라면서 음식 먹기를 극히 싫어했고, 조금 더 자란 후에는 위에 튜브를 넣어 영양을 줘야 했다. 다섯 살 때에는 4만 파운드(약 7천만 원)를 들여 미국 애틀랜타의 한 병원에 전문 식습관 개선 치료를 받으러 갔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벨라는 18개월부터 기어 다니고 걸을 수 있도록 작업치료와 물리치료를 받았고, 두 살때부터는 언어치료를 받았다. 아이는 또래에 비해 체구가 작고 과운동성(hypermobility), 학습 장애, 시력과 치아에도 문제를 겪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이 놀라는 점은 벨라의 키다. 아이는 세 살 어린 남동생보다도 머리 하나 만큼이나 작다.

아이는 네 살이 될 때까지 걷지 못했고 다섯 살이 될 때까지 말을 하지 못했지만, 여덟 살이 되어서야 공식적인 진단을 받았다. 쇼트 증후군(SHORT syndrome)이었다. 의사는 벨라가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약 50명의 환자 중 한 명이라고 전했다.

쇼트 증후군에서 SHORT의 각 글자는 △S(short stature) = 저신장증 △H(hyperextensibility of joints and/or hernia) = 관절이 보통보다 많이 늘어나는 과신전이나 서혜부 탈장 △O(ocular depression) = 깊게 패인 눈△R(Rieger anomaly) = 리거이상(녹내장을 유발할 수 있는 눈의 발달 결함) △T(teething delay) = 치아 맹출(치아가 턱뼈에서 만들어져 잇몸 밖으로 나오는 과정) 지연 등 이 질환을 나타내는 사람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증상을 의미한다. 다만, 진단을 위해 이 모든 다섯 가지 특징 모두를 충족해야 하는 건 아니다.

벨라의 엄마인 필리파 래비츠(36)에 의하면, 벨라는 키만 작을 뿐 아니라 머리도 작은 편이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자폐증과 ADHD 특징도 가지고 있다. 햇빛에 민감하고 눈에도 문제가 있으며, 영양 튜브 없이는 식사도 어려운데다 당뇨병이 걸릴 가능성도 높다. 과운동성 때문에 여전히 단추 채우는 일도 어려워한다

그럼에도 아이의 부모는 벨라는 여느 아이들과 똑같이 키우려고 노력한다. 도움이 많이 필요하긴 하지만 일반 학교에 보내고 있으며, 아이가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필리파는 "벨라가 진단을 받은 이후 우리는 답을 갖게 됐지만, 정보가 너무 적어 진정한 해답은 찾지 못했다"며 "8년 동안 진단 받기 위해 싸워온 끝에 이 질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쇼트 증후군, 보고된 사례 50건 미만

쇼트 증후군은 현재까지 문헌에 보고된 사례가 50건 미만인 매우 드문 질환이다. 미국 국립희귀질환기구(National Organization for Rare Disorders)에 의하면, 쇼트 증후군은 증상이 없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두 명의 아기에게 나타났던 눈에 띄는 신체적 특징을 바탕으로 1975년 RJ 고를린(RJ Gorlin) 등이 보고한 희귀 질환이다. 시간이 지나 추가 사례가 기술되면서 쇼트 증후군의 임상적 정의가 확장됐다.

위 SHORT에 쓰인 전형적인 특징 외에도 흔히 볼 수 있는 다른 특징으로는 삼각형의 얼굴, 보조개가 있는 작은 턱, 비정상적인 귀의 위치, 청력 손실, 자궁 내 성장 지연(태아 성장 부진 및 저체중) 등이 있다. 피부 아래 지방 손실(지방이영양증)도 흔하게 나타나는데, 이로 인해 체중이 늘기 어렵고 피부가 반투명하게 보인다. 대개 상체에 나타나고 하지에는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체질량지수가 낮고 전반적으로 마른 체형을 보인다.

일부 환자는 언어지연 및 기타 발달 지연을 경험하지만, 지능은 정상이다. 치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높다. 아동기 중반에서 청소년기에 인슐린 저항성이 흔히 나타나며, 성인기 초기에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SHORT 증후군을 가진 아이는 저체중, 작은 머리 둘레, 작은 키로 태어나는 사례가 많지만 기대수명은 정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쇼트 증후군은 PI3K라는 효소의 적절한 기능을 담당하는 PIK3R1 유전자 변이로 인해 발생한다. PI3K는 세포 성장 및 분열, 세포 내 물질 전달, 세포 이동, 호르몬 인슐린 조절에 관여하는 효소다.

지해미 기자 (pcraem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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