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곧 죽을 거 같아" 딸의 마지막 전화, 어머니는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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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와 함께 경기 부천시의 호텔을 찾았다가 화마에 변을 당한 A(28)씨의 유족은 "(딸과) 마지막 통화에서 구조대원이 안 온다는 말을 듣고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절규했다.
빈소에서 만난 A씨 어머니는 "어제 '(딸이) 불이 났는데 나 죽을 거 같다. 5분 뒤면 숨 못 쉴 거 같다. 일단 끊어'라고 했다"며 "이후 다시 전화가 와 '객실 안 화장실로 피했다'는 말이 마지막 통화였다"고 설명한 뒤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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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약속 남자친구와 참변, "따뜻한 장녀" 통곡
실습 차 방문한 간호대생 샤워기 물 뿌리며 버텨
"'일산화탄소가 물에 녹는다'는 지식 덕분" 안도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와 함께 경기 부천시의 호텔을 찾았다가 화마에 변을 당한 A(28)씨의 유족은 "(딸과) 마지막 통화에서 구조대원이 안 온다는 말을 듣고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절규했다. A씨 어머니는 딸의 영정사진 앞에 앉아 사진을 보면서 연신 눈물을 흘렸다. A씨 아버지는 "아빠가 미안하다. 우리 딸 불쌍해서 어떻게 해"라며 울기만 했다.
22일 저녁 부천의 한 호텔 객실에서 시작된 화재는 7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유족들은 늦은 밤 들려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A씨는 사고가 난 호텔에 묵었다가 맞은편 객실(810호)에서 발생한 불로 인해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함께 투숙했던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 역시 싸늘한 주검이 됐다.
빈소에서 만난 A씨 어머니는 "어제 '(딸이) 불이 났는데 나 죽을 거 같다. 5분 뒤면 숨 못 쉴 거 같다. 일단 끊어'라고 했다"며 "이후 다시 전화가 와 '객실 안 화장실로 피했다'는 말이 마지막 통화였다"고 설명한 뒤 눈물을 흘렸다. 이어 "유학 갔다 와서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장녀로 가족들을 늘 생각하는 따뜻한 아이였다"며 "불나기 전날이 아빠 생일이라 카톡으로 축하 메시지도 보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다른 장례식장에 마련된 희생자 B(44)씨의 빈소도 침통한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오후 5시가 넘어 조문객들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는데,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B씨의 자녀들도 눈물을 훔치며 조문객을 맞았다. 고인이 된 친구를 조문하러 왔다는 한 40대 남성은 빈소 앞에 놓인 화환을 바라보다 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날 기준 A씨와 B씨 외에 나머지 5명의 빈소는 부검 절차 등으로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경찰은 사망자 전원의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망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다.
반면 순간적인 기지로 목숨을 건진 생존자도 있어 안타까움은 배가 됐다. 불이 최초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810호(7층) 인근 806호에 투숙한 20대 대학생 C씨는 화재 발생 당시 대학 실습 때 배운 지식을 활용해 목숨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C씨는 실습 교육 차 부천을 방문했다. 사고 당일 객실 내 화재경보기가 울려 대피하려 했으나 이미 복도가 연기로 자욱하자 화장실로 대피해 머리에 샤워기를 틀어 구조될 때까지 버텼다.
C씨는 "'일산화탄소가 물에 녹는다'는 지식을 알고 있어서 수건으로 입을 막고 흘러나오는 물을 맞으며 소방대원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C씨 어머니는 "소방에 전화를 걸어 아직 아이가 있으니 객실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결국 구조될 수 있었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체 투숙객 68명 중 절반에 가까운 29명의 외국인도 다행히 화를 면했다. 불이 난 호텔은인근 대학병원을 찾는 외국인 의료관광객들이 주로 찾던 곳으로 장기 투숙객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당시 9층에 머물렀던 카자흐스탄 국적의 40대 여성은 "가족 중에는 유모차를 탄 아기도 있다"며 "유독 가스로 인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까 두렵다"고 호소했다. 카자흐스탄 국적의 40대 남성은 "어제 들었던 비명소리를 잊고 싶다"며 "너무 슬프다"고 말을 아꼈다.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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