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정부만 긴급행사 지정?”…문체부, ‘한‧미동맹 70주년 행사’ 91% 민간과 수의계약
법령 기준 넘어 약 1억원 규모도 수의계약…‘非전문성’ ‘쪼개기 계약’ 논란도
국회 예산정책처 “국가계약법 위반 소지 있어” 문체부에 법령 준수 권고
문체부 “긴급 행사로 지정돼 불가피”…역대 정부에서는 없던 일
(시사저널=구민주‧변문우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한‧미동맹 70주년 행사'를 추진하면서 관련 계약의 90% 이상을 일부 민간업체들과 수의계약(경쟁계약이 아닌 임의로 상대를 선정하는 계약)으로 체결해, 국회 예산정책처로부터 '국가계약법령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역대 정부의 한‧미동맹 기념행사 중 일부 계약 건을 '국가 긴급 행사'로 지정해 수의계약을 체결한 사례는 윤석열 정부가 처음인 것으로 확인됐다.
문체부는 지난해 4월부터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전시 및 6·25 행사를 개최했으며 총 사업 예산으로 13억8000만원이 편성됐다. 그 해 6월25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문체부‧국가보훈부 등 관계부처 장관, 주한미국대사 등이 참석해 전시물을 감상하는 등 행사도 진행됐다.
그런데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공개한 '2023회계연도 결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문체부는 지난해 4월부터 대한민국 역사박물관에서 개최‧진행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전시 및 6·25 행사와 관련해 총 23건의 계약을 맺은 가운데 이 중 21건(91%)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계약 금액을 계산하면 총 8억8736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국가계약법)상 국가기관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일반 경쟁'의 방법으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문체부는 나라장터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한 입찰 경쟁 과정 없이 10여 곳의 민간 업체와 2000만원 이하부터 약 1억원에 이르는 다양한 규모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이 중 시행령상 '입찰 형태의 계약'을 의무화하고 있는 '5000만원 초과' 수의계약도 3건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기업과는 총 2억원 규모로 4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을 맺은 기업들 중에는 외교‧안보 및 국방 전문성과 거리가 먼 업체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
특히 계약금액 2억3100만원에 달하는 '한‧미동맹 70주년 특별전 6·25 기념행사' 대행 용역 계약은 행사 개최일로부터 약 2주 전인 6월12일 개최가 급박하게 결정되면서 '긴급한 국가 행사'로 결정돼 수의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이에 문체부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한‧미동맹 70주년 전시는 연초부터 사업 계획에 있긴 했지만 '규모 확대'가 5월 결정되고 행사가 추가되면서 '긴급한 행사'로 지정, 수의계약을 체결하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라장터를 통해 입찰을 추진할 경우 수의계약보다 최소 1주일 이상 시간이 더 소요돼 '긴급 추진'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실제 국가계약법 시행령엔 경쟁에 부칠 여유가 없는 등 '긴급한 경우'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동맹 행사의 경우 역대 정부를 통틀어 '국가 긴급 행사'라는 이유로 수의계약을 맺은 경우는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이 문체부에 과거 한‧미동맹 기념행사의 수의계약 사유 중 국가 긴급 행사로 분류된 계약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문체부에선 "역대 정부 동안 국가 긴급 행사로 지정된 건은 2023년 한 건(해당 건)밖에 없다"고 답했다.
박수현 의원실 관계자는 "연초 사업계획에 있었고 한덕수 국무총리 지시로 관련 행사가 5월에 확대되었으며, 윤 대통령이 6·25 행사에 직접 참석키로 하면서 행사가 추가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그렇다고 일반 경쟁에 부칠 만큼의 여유가 없었다고 보기엔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문체부는 '외교‧안보 및 국방 비전문 업체'와의 계약 체결 이유에 대한 시사저널의 질의엔 "전시 연출 및 영상 콘텐츠 관련 용역 사업이므로 외교 및 국방 전문 기업이 아닌 전시 연출이나 전시 영상 제작 업체를 선정해 사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문체부와 수의계약을 맺은 10여 개의 업체들은 모두 전시 연출 설계 및 구조물 제작·설치 등의 과업을 중점적으로 수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 예산정책처는 "각각의 계약에 대한 과업이 지나치게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유사한 업체들과의 '쪼개기' 수의계약이 아닌, 계약들을 통합해 국가계약법령에 맞는 입찰로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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