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SAF 로드맵'에 담길 '채찍과 당근'에 관심 집중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오는 30일 SAF 로드맵 발표
대한항공 항공기 급유 행사 등 축소, 정책 내용에 관심 집중
[더팩트ㅣ오승혁 기자] 다음주로 발표가 예정된 정부의 지속가능항공유(SAF) 로드맵에 담길 SAF 사용 비중과 보조금, 세액공제 등의 지원책에 국내 정유업계의 모든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30일 합동으로 SAF 확산 방안을 공개한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직접 로드맵 발표에 나선다. SAF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정부 부처 두 곳의 수장이 정유업계와의 소통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정유업계는 정부의 SAF 확산 방안이 '채찍과 당근' 중에 어느 쪽을 택했을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 탈탄소 정책이 가속화되면서 유럽연합(EU)이 내년부터 EU 회원국 공항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SAF를 2% 이상 넣도록 의무화했다. 화석연료가 아닌 폐식용유, 동·식물성 기름 등 바이오 연료로 생산한 SAF의 탄소 배출량이 기존 항공유 대비 최대 80% 적기 때문이다.
EU는 전체 항공유 중 SAF 사용 비중을 2025년 2%에서 오는 2050년에 85%까지 점진적으로 높일 방침이며, EU혁신기금을 통해 SAF 생산시설 건설을 지원한다. 일본도 지난 5월 2030년 기준으로 일본 항공사의 연료 소비량 10%를 SAF로 대체하는 의무화 규정을 수립했다. 일본 정부는 정유사의 SAF 생산설비 투자에 '그린이노베이션(Green Innovation)' 기금을 조성해 보조금을 지급하며 10년간 리터당 270원의 세액공제 혜택도 준다.
정유업계에서는 기존 항공유 대비 생산비용이 최소 2배에서 최대 6배 이상 더 드는 SAF의 생산을 의무화하는 것은 '채찍'으로 보고, 보조금과 세액공제 등의 혜택은 '당근'이라고 비유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최근 집계에 의하면 SAF는 오는 2050년에 글로벌 수요가 4000억톤(t)을 넘겨 현재 연간항공유 수요(3500억~4000억t)와 비슷해질 전망이다.
정유업계가 SAF 시장에 후발 주자로 진입한 국내 정유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공격적인 보조금 지급과 세액공제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국내 정유사들은 SAF 전용 공장 구축 검토, 원료 확보, 친환경 국제인증 등에 역량을 쏟고 있다. 에쓰오일은 올해 1월부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기존 정제설비에서 바이오 원료를 처리해 SAF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 4월 지속가능성 및 저탄소 제품에 대한 친환경 국제인증 제도 ISSC인증을 취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국내 정유사 중 최초로 일본 ANA항공에 SAF 수출에 성공했다. GS칼텍스는 작년 9월 핀란드 네스테에서 공급받은 SAF를 인천-로스앤젤레스(LA) 노선 화물기에 급유해 3개월간 진행했다. SAF 자체 생산을 위한 원료 확보를 목표로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인도네시아에 바이오 원료 정제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바이오원료 생산업체 투자로 원료를 확보해 올해 말 SAF 생산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을 향한 목소리가 커지는 만큼 SAF 항공유의 생산 및 사용 비중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SAF 사용 비중 확대에 따른 생산비 확대가 기업의 부담과 직결되고 항공 운임비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 가중으로 이어지지 않게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책을 펼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로드맵 관련 행사는 정부의 특정 정유사 관심 편중 우려에 따라 급유 시연이 취소되는 등 간소화됐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부 장관의 테이프 커팅, 기념사진 촬영 등의 행사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예정돼 있다.
당초 해당 행사에서 국내 정유사들이 생산한 SAF를 대한항공 항공기에 급유하는 시연도 함께 진행될 것이라고 전해졌다. 에쓰오일이 생산한 SAF가 급유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정부 두 개 부처가 처음으로 SAF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SAF를 급유하는 기업으로 선정되는 것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이것이 곧 에쓰오일의 국내외 항공사 정유 판매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등장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행사에서 항공기 급유 시연은 없다. 특히 이날이 인천국제공항의 이용객이 많은 하절기 휴가철에 포함돼 있어 비행기 앞 기념사진 촬영 등도 취소되고 행사가 축소될 가능성도 높다. 특정 정유업계의 제품을 급유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행사 축소를 이끌었다. 다만 두 명의 장관 외에도 에쓰오일, 대한항공 관계자 등이 자리할 듯하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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