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열전지 생산 알면서도 쉬쉬…‘아리셀 화재’ 예견된 인재였다

박병탁 기자 2024. 8. 2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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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화재로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화재 사고가 총체적 부실 관리 속에 발생한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수사결과 아리셀은 전지를 군에 납품하던 2021년부터 줄곧 검사용 시료를 바꿔치기하거나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국방기술품질원을 속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사고 이틀 전인 6월22일에는 발열전지 1개가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생산라인을 계속 가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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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검사용 전지 별도 제작 바꿔치기
납기일 못 맞추자 미숙련공 대거 투입
제품 불량률 상승에도 비정상적인 대응
화재 시 대처요령 교육 無…골든타임 놓쳐
불에 탄 아리셀 공장. 연합뉴스

공장 화재로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화재 사고가 총체적 부실 관리 속에 발생한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납품 과정에서 검사용 시료를 바꿔치기해 품질검사를 통과해 왔고,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 비숙련공을 대거 투입해 제품 이상이 발견돼도 무시했던 사실이 적발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와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23일 화성서부경찰서에서 합동 브리핑에서 수사 상황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수사당국은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 인력 공급업체인 한신다이아 경영자, 아리셀 안전보건 관리 담당자 등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021년부터 품질검사 부정통과…47억원어치 납품

수사결과 아리셀은 전지를 군에 납품하던 2021년부터 줄곧 검사용 시료를 바꿔치기하거나 시험성적서를 조작해 국방기술품질원을 속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방법으로 아리셀은 2021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47억원 상당의 전지를 군에 납품해 왔다. 아리셀이 군에 납품한 리튬 배터리가 2022~2023년 3차례 파열 사고를 일으킨 사실도 확인되면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민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사고 수사본부장이 23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 화성서부경찰서에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규격 미달, 납기일 다가오자 불법파견으로 미숙련공 투입 

아리셀은 올해 4월분 납품을 위한 품질검사에서 처음으로 국방 규격 미달 판정을 받았다. 이에 4월 납품분을 재생산해야 하는 상황에서 6월분(6만9000여개) 납기일도 다가오자 5월부터 ‘하루 5000개’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무리하게 공장을 가동했다. 하루 5000개는 아리셀 공장의 일평균 생산량의 2배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아리셀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한신다이아(메이셀의 전신)로부터 근로자 53명을 신규 공급받았다. 숙련되지 않은 근로자가 충분한 교육 없이 제조공정에 투입했다.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 업무는 파견법에 규정된 32개 파견근로 허용 업종에 포함되지 않아 불법에 해당한다.

미숙련공이 대거 투입되면서 3~4월 2.2%였던 평균 불량률은 5월 3.3%, 6월 6.5%로 치솟았다. 전지 케이스 찌그러짐이나 전지 내 구멍 등 기존에 없던 유형의 불량이 발생했지만, 망치로 쳐서 억지로 결합하거나 구멍 난 케이스를 재용접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생산을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불량 전지도 납품 대상에 포함…사고로 이어져

아리셀은 5월16일 미세 단락으로 전지에 발열이 생기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에는 정상 전지와 분리해 보관했으나 6월8일 이후에는 발열전지 선별 작업조차 중단했고, 그 이후에는 분리 보관하던 발열전지도 납품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사고 이틀 전인 6월22일에는 발열전지 1개가 폭발해 화재가 발생했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생산라인을 계속 가동했다. 해당 전지들은 이틀 뒤 사고 장소인 3동 2층으로 옮겨졌고, 이후 참사가 발생했다.

◆‘화재 시 대피’ 교육 미흡…골든타임 37초 놓쳐

화재 발생에 대비한 대처요령 전파나 대피경로 확보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채용과 작업 내용 변경 때마다 진행돼야 할 사고 대처요령에 관한 교육은 이뤄지지 않았다. 근로자들은 배터리 폭발 시 즉시 대피해야 한다는 안전 지침을 알지 못한 탓에 바로 대피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이에 근로자들은 최초 폭발이 발생한 오전 10시30분 3초부터 출입문을 통해 근로자가 마지막으로 대피한 10시30분 40초까지 골든타임 ‘37초’를 놓쳤고, 23명의 희생자들은 출입문을 20여m남겨놓고 목숨을 잃었다.

해당 폭발 사고로 지난 6월24일 오전 10시30분께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불이 나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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