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프링클러도 대피 안내도 없어 인명피해 키운 부천 호텔, 여기뿐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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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불이 나 투숙객 7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9층 높이에 객실 63개 규모의 호텔인데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가 컸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곳은 자동 화재탐지 설비를 설치해 투숙객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호텔에는 완강기가 설치돼 있다고 하는데 정작 투숙객들은 이용할 엄두도 못 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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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불이 나 투숙객 7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9층 높이에 객실 63개 규모의 호텔인데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가 컸다. 게다가 희생자 가운데 2명은 소방당국이 설치한 에어매트 위로 탈출하려다 매트가 뒤집히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화재 대비부터 인명 구조까지 뭐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없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다.
지난 22일 부천 호텔 화재 사고는 우리 사회가 안전사고 대비 측면에서 여전히 후진국형 사회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호텔은 인근 대형병원 진료를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와 가족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도 좋은 평점을 받아 일반 이용객들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도 고층 빌딩 화재 진압에 필수적인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2003년에 준공돼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에 준하는 안전 대책을 별도로 마련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스프링클러가 없는 곳은 자동 화재탐지 설비를 설치해 투숙객들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된 생존자 증언을 보면, 화재 경보가 울린 뒤 호텔 쪽에서 아무도 대피를 안내하지 않았다고 한다. 호텔 같은 일정 규모 이상 건물에는 소방안전관리자를 둬 대피와 인명 구조 활동을 지휘하도록 돼 있다. 희생자 대부분이 연기 질식으로 숨졌는데,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처음 불이 난 객실에서 “타는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듣고도 호텔 쪽에서 화재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니 어이가 없다.
투숙객이 소방당국이 설치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다가 숨진 것에는 할 말을 잃게 된다. 소방당국자는 당시 현장 인력이 부족해 에어매트가 뒤집히지 않도록 양쪽에서 붙들지 못했다고 했다. 소방당국의 인명 구조가 이렇게 허술하다면 이제 시민들은 재난을 당했을 때 누굴 믿고 의지할 수 있겠나. 이 호텔에는 완강기가 설치돼 있다고 하는데 정작 투숙객들은 이용할 엄두도 못 냈다고 한다. 이런 호텔이 여기뿐이겠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 장관한테 너무 자주 듣는 말이라 아무런 울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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