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10대 생명 앗아간 포르쉐 음주사고…음주 감지하고도 보내준 경찰
[앵커]
취재 이후를 들어보는 시간, 뉴스 AS입니다.
지난 6월, 전북 전주에서 포르쉐 차량이 경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경차 운전자가 숨지고 동승자는 크게 다쳐 아직도 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당시 포르쉐 운전자의 음주운전이 의심됐지만 음주측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사회부 엄승현 기자와 이 사건 더 자세히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엄승현 기자?
[기자]
네 저는 포르쉐 사건을 수사했던 전북경찰청에 나와 있습니다.
먼저 이 사건에 대해 간단히 정리부터 해보겠습니다.
지난 6월 27일 밤 12시 45분쯤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한 도로에서 포르쉐 차량이 스파크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스파크 차량 운전자가 숨지고 함께 있던 동갑내기 친구도 크게 다쳐 현재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포르쉐 운전자로부터 음주 감지 반응을 확인했는데요.
하지만 병원에 가서 자율적으로 음주 측정을 하겠다는 운전자의 말만 듣고 경찰은 그냥 병원에 보내줬습니다.
홀로 병원에 간 포르쉐 운전자는 퇴원한 뒤 맥주를 사 마셨고 뒤늦게 경찰이 음주 측정을 했을 때는 사고 당시 음주 정도가 아니어서 실제 음주 수치는 알 수 없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초동조치 미흡 논란이 일었고 이에 경찰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 4명에 대해 징계를 내린 사건이 바로 포르쉐 사건입니다.
[앵커]
엄 기자, 사고 당시 포르쉐 운전자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주행을 했다고 알려졌는데요.
CCTV 화면 보면서 당시 상황 되짚어 볼까요?
[기자]
이날 포르쉐 차량은 호남제일문 사거리에서 화개네거리 방면으로 주행하고 있었습니다.
스파크 차량은 전북운전면허시험장 앞 사거리에서 호남제일문 사거리 방면으로 좌회전을 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당시 포르쉐 차량은 150km가 넘는 속도로, 스포츠 주행 모드에서 달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사고가 얼마나 심각했으면 사고 차량들 모두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습니다.
특히 스파크 차량에 있던 동갑내기 탑승자들은 당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운전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했습니다.
목격자 이야기 들어보시겠습니다.
<목격자> "포르쉐가 옆에 와 있길래 단독 사고인 줄 알았다. 처음에는, 그래서 건너편을 보니까 승용차도 있고 그래서 119로 신고했습니다. 너무나 큰 사고고 소리도 너무나 크고 충격도 좀 큰 것 같아서…."
[앵커]
네, 정말 안타까운 사건이군요.
사고 당시, 경찰의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 이런 논란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잖아요?
맨 처음에 경찰은 어떻게 대응했습니까?
[기자]
사고가 발생하자 현장에는 인근 관할 파출소 경찰관들이 출동했습니다.
경찰관들은 현장에서 포르쉐 운전자 A씨로부터 감지기로 음주 반응을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그가 몸이 아프다며 병원에서 채혈하겠다고 요구하자 병원으로 보내줬습니다.
문제는 A씨가 경찰 동행 없이 홀로 병원으로 갔고, 아무런 제지 없이 퇴원해 곧장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마셨다는 겁니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나와 지인을 불러 집으로 갔는데, 가는 도중 음주 측정을 요구하는 경찰 전화를 받고 다시 편의점에 들러 맥주를 재차 사 마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사실상 '술 타기'를 한 셈인데요.
그렇게 사건 발생 2시간 20여 분 만에 A씨에 대한 음주 측정이 이뤄졌습니다.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4%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A씨가 연거푸 술을 마신 상태였기 때문에 사고 당시 음주 정도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일명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해 0.051%로 결론 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의 추정치가 재판에서 증거로 쓰이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음주 수치를 0.036%로 더 낮췄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경찰이 사고 발생 당시 음주 측정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정확한 음주 수치를 확인할 수 없게 된 셈인데요.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경찰에 대한 징계는 없었나요?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경찰 초동조치 미흡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경찰은 해당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감찰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전북경찰 관계자> "현장 경찰관에 대한 감찰 조사를 진행하였고 그 결과 현장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찰관들에 대해서는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였고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결정을 하였습니다."
징계는 경찰관 4명이 받았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하지 않은 파출소 팀장은 감봉 1개월을, 음주 측정도, 병원 동행도 하지 않은 직원 3명은 불문 경고 처분을 받았습니다.
사실상 모두 솜방망이 처분을 받은 것인데 피해 가족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입니다.
<피해자 가족> "그냥 답답할 뿐이죠. 뭘 뭐라고 하겠어요? 그냥 솜방망이 처벌이 예상은 했지만 너무 심하다는 거지./우리나라 공권력이 그렇지 않아요? 법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위한 법 같고."
시민사회단체 역시 이번 경찰 징계가 상식적이지 않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양병준 / 전북희망나눔재단 사무국장> "음주 사건으로 인해서 사망까지 이르게 된 사건에 대해서 경찰이 어떤 기본적인 너무나 중요한 초동 절차의 기본 절차를 무시한 경찰관들에게 경징계를 내린 부분에 대해서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고요. 이러한 결정은 법을 집행하는 그런 기관들에 대한 신뢰성을 저하시키는 그런 결정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앵커]
엄 기자, 현재 이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죠.
그런데 이렇게 음주 수치를 제대로 측정하지 않아서, 진실 규명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요.
재판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A씨는 현재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상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요.
법조계에서는 정확한 음주 수치가 없기 때문에 중한 판결을 내리기 힘들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원오 / 변호사> "법관은 피고인에 대한 유죄 판결을 내리는 사람인데 유죄 판결을 내리려면 신뢰할 수 있는 증거 기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수사 단계에서의 음주 수치가 변동된다면 법관은 그 수치를 믿을 수 없게 되고 결국에는 중한 판결을 내리기에 힘들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거죠."
또한 현행법상 혈중알코올농도가 0.08에서 0.2 미만인 사람은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을 규정하고 0.03에서 0.08 미만이면 1년 이하의 징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처럼 음주 수치가 대폭 하향됐다면 상대적으로 경한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현재 A씨에 대한 다음 재판은 26일로 예정되어 있는데요.
피해자 측은 A씨를 엄벌에 처해달라며 30부가 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피해자의 고통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인데요.
향후 재판이 어떻게 진행이 될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엄 기자, 고맙습니다.
뉴스 AS, 지금까지 엄승현 기자와 전북 포르쉐 음주사고 사건 살펴봤습니다.
#포르쉐 #전북경찰 #경징계 #솜방망이 #술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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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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