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죽을 것 같아"…부천 호텔 화재 희생자의 '마지막 통화'[박지환의 뉴스톡]

CBS노컷뉴스 박창주 기자 2024. 8. 2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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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박지환의 뉴스톡
방송 : CBS 라디오 '박지환의 뉴스톡'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박지환 앵커
■ 패널 : 박창주 기자
23일 전날 화재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발생한 이번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부천=박종민 기자

[앵커]
어젯밤 많이 놀라셨을 겁니다. 경기도 부천시의 한 호텔에서 불이 나 큰 인명피해가 났죠.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참사가 일어난 지 두달 만입니다. 자세한 사항 현장 연결해보겠습니다.

박창주 기자?

[기자]
네, 부천시 화재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화재로 인명피해가 크게 났던데, 자세한 현황 좀 전해주시죠.

[기자]
어제 저녁 7시 반쯤 부천시청 인근에 있는 9층짜리 호텔에서 불이 나 모두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습니다.

8층에 있는 810호에서 불이 시작돼 고층 중심으로 건물 일부가 탔지만, 연기가 삽시간에 퍼지면서 피해가 커졌습니다.

검은 연기에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발화 장소에서 가까운 8~9층 복도와 계단에서 사망자들이 발견됐는데요.

이런 급박함 속에서 한 20대 여성은 어머니와 마지막 통화를 했는데, 구조대가 올라오지 않을 것 같다, 나 죽을 거 같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22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 중동의 한 숙박업소.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유족 목소리 들어보겠습니다.

[인서트1: 언니 남자친구가 803호에서 못 나가고 있다고 사전에 신고를 한 상태인데, 왜 803호로 진입을 안 했는지, 803호에 사람이 있다는 걸 모두가 알았을 텐데 그 부분이 가장 이해가 안 돼요.]

[앵커]
참 마음이 먹먹해지는데요. 육안상으로 불은 그리 크지 않아 보였다는 얘기도 있던데, 연기가 이렇게 급속도로 퍼진 이유가 있나요?

[기자]
소방당국 조사에서 불이 시작된 810호 문이 열려 있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좁은 복도를 타고 검은연기가 치솟으면서 투숙객들의 대피를 더 힘들 게 한 건데요.

또 이 호텔이 20년 정도 된 건물이라 화재 때 물을 뿌려주는 스프링클러도 설치되지 않아 초기 자체 진화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연기가 더 크게 번진 걸로 추정됩니다.

부천소방서 관계잡니다.

[인서트2: 시커먼 연기 있잖아요. 한모금만 마셔도 죽어요. 도망을 가다가 앞이 전혀 안 보이잖아요. 숨 참고 가야지. 참고 가는데 한계가 오잖아 앞이 안 보이니까. 문을 열고 나가니까 연기 때문에 죽잖아요.]

[앵커]
아니, 이런 큰 숙박시설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스프링클러는 관련법 개정으로 2017년부터 6층 이상 모든 신축 건물에 설치가 의무화됐는데요.

하지만 이 호텔은 2003년에 준공됐습니다. 일부 의료기관 등 필수시설에 해당되지 않아 안타깝게도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래된 건물에도 화재대응시설을 확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3일 전날 화재가 발생한 경기 부천시의 한 호텔 외벽이 그을려 있다. 지난 22일 오후 발생한 이번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부천=박종민 기자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숩니다.

[인서트3: 스프링클러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리면서 처음엔 초기비용이 들어가는 것 같지만, 경제적으로 훨씬 더 돈을 아끼는 것이다. 소급적용하면 지원책을 마련해줄 필요도 있죠.]

[앵커]
희생된 분들 중엔 탈출을 시도하다 변을 당한 경우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는데요. 마지막 희망을 걸고 에어매트로 몸을 던졌다가 목숨을 잃은 분들도 계시다고요?

[기자]
8층 우측 끝쪽 객실에서 남녀 2명이 소방대원들이 설치한 에어매트에 뛰어내리는 과정에 잇따라 부상을 입으면서 끝내 숨졌습니다.

먼저 몸을 던진 1명이 우측 가장자리로 떨어졌고, 그 충격에 매트가 바로 세워지듯이 뒤집히면서 뒤따라 떨어진 또 다른 1명도 낙상을 입어 사망했습니다.

에어매트는 건물 안에서 더이상 방법이 없을 때, 그야말로 최후 수단으로 쓰는 도구여서 어제 현장에서 구조대가 먼저 낙하를 유도하진 않았다고 합니다.

현장을 목격한 인근 상인 A씹니다.

[인서트4: 연기가 계속 나는 거죠. 침대같이 생긴거 밑에 깔아놓고 소리가 나는데 '퍽!' 해가지고 다 들리고. 부상자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 축 쳐져서 나왔어요. 녹초된 것처럼]

[앵커]
최후의 수단마저 무용지물이 된 거네요. 복도는 연기로 가득 찼을 테고… 다른 데로 탈출할 방법이 아예 없었던 건가요?

[기자]
더 안타깝게도, 에어매트로 낙하한 투숙객이 있던 방 옆에는 아래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비상통로가 있었습니다.

건물 좌우 끝쪽에 비상 시 대피할 수 있는 계단으로 이어진 비상구가 있었다는 게 소방 관계자 설명입니다.

[앵커]
화재 원인이 좀 밝혀진 게 있습니까?

[기자]
소방당국은 전기적 요인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발화된 810호에 원래 투숙했던 손님이 타는 냄새가 나 객실을 옮겼다는 점을 토대로 누전 등으로 불이 났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오늘 합동감식에도 경찰과 소방, 국과수는 물론, 전기 전문기관도 참여해 1시간 반 동안 현장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오석봉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장입니다.

[인서트5: 화재현장감식 결과를 바탕으로 주변 CCTV 확인, 목격자 등 관련 수사 결과를 종합해서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앵커]
고층 건물이면 완강기도 있어야 할 텐데, 이런 상황에 쓰라고 만든 거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해당 건물도 당연히 완강기 설치가 법적으로 의무화 돼 있는데요.

오늘 현장감식에 참여한 한 조사관은 일부 두세 개 정도 완강기를 육안으로 봤다면서도 정확히 전체적으로 설치돼 있는지는 더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앵커]
네 아직 조사 초기 단계여서 자세히 확인해야 할 사항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창주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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