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가볍게 베풀었던 선의, 아이들과 인연···고시엔 우승 기운도 KIA로 향한다[스경x스토리]
심재학 KIA 단장은 지난 3월 일본 오키나와의 1군 스프링캠프로 향하기 전, 고치현에서 훈련 중이던 2군 선수단을 방문했다가 오사카에서 일본 교토국제고의 사연을 접했다.
재일교포들이 세운 일본의 학교로 잘 알려진 교토국제고에는 야구부가 있는데 후원을 받지 못해 선수들이 찢어진 공을 재활용 해 훈련한다는 이야기를 어느 재일교포로부터 전해들었다. 심 단장은 현지에서 2군 캠프가 끝난 뒤 공 1000개 정도를 모아 교토국제고에 보냈다.
그저 우연히 베풀었던 이 선의로 KIA가 좋은 기운을 이어받는다. 그 교토국제고가 일본 학원야구의 상징, 고시엔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교토국제고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한신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106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결승에서 간토다이이치고를 연장 10회 접전 끝에 2-1로 이기고 우승했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재일교포들이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의 후신으로 1958년 한국 정부 인가를 받았고 2003년 일본 정부 인가를 얻어 지금의 이름으로 바꿨다. 중·고교생을 합해 전체 학생 160명의 소규모 한국계 학교다. 재적학생의 65%가 일본인이고, 한국계는 30%가량이다.
야구부는 1999년 창단됐다. 2021년 봄 고시엔에서 처음으로 전국 무대에 진출했고 그 다음 대회인 2021년 여름 고시엔에서 4강에 오르는 기적을 썼던 교토국제고는 2022년 여름 고시엔에서 1라운드 탈락, 그리고 올해 봄 고시엔에서도 조기 탈락했지만 이번 여름 고시엔에서 4강 진출에 이어 사상 첫 결승에 오른 뒤 최초의 우승까지 차지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출전 학교 선수들이 교가를 부르는 장면을 교가 자막과 함께 내보낸다. 교토국제고의 활약 속에,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교가가 공영방송에서 생중계됐다. 현재 야구부원 대다수가 순수 일본인 학생들이지만 명확한 발음으로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모습은 일본에서도,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다.
결국 우승까지 해낸 교토국제고를 향해 KIA 구단도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KIA 구단은 “사연을 전해듣고 의미있게 연습구를 사용하자는 취지였고 이렇게 우승 결실까지 맺을 줄은 예상조차 못했기에 더욱 뜻깊은 결과라 생각하고 정말 너무나 축하한다”며 “향후 계획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인연들을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기 위해 논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KIA는 현재 KBO리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22일 현재 26경기를 남겨놓은 채 2위 삼성에 6.5경기 차로 앞서 있다. 7년 만의 정규리그 1위 가능성을 점점 높이며 마지막 종점을 향해가는 중, 봄에 인연을 맺은 뒤 잠시 잊고 있던 아이들, 교토국제고의 고시엔 결승 진출과 우승 소식을 접했다. 시즌 말미로 가면서 좋은 기운이 많이 이어져 KIA는 더욱 기세를 높이고 있다. 기쁜 마음으로 고시엔의 그 좋은 기운도 받는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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