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기부제 민간플랫폼 열렸지만…“높은 진입문턱에 참여 적을 것”

양석훈 기자 2024. 8. 2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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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 민간 플랫폼 참여에 까다로운 자격요건을 내걸면서 일부 대기업만 참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선필 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특위원장(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역시 "민간 플랫폼에 대한 방침은 행안부가 지자체 자율성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용한다는 한 단면을 보여준다"면서 "저조한 모금 성과를 고려할 때 제도를 바라보는 행안부의 시각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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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지방자치학회 하계학술대회
전문가들 “제도 통제하려는 행안부 관점 문제”
23일 경북 경주 더케이호텔경주에서 열린 ‘2024년 한국지방자치학회 하계학술대회’에서 전문가들이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정부가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 민간 플랫폼 참여에 까다로운 자격요건을 내걸면서 일부 대기업만 참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행정안전부가 설정한 높은 문턱보다도 제도를 정부가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관점의 전환이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3일 한국지방자치학회는 경북 경주 더케이호텔경주에서 ‘2024년 하계학술대회’를 열었다. 지방자치학회 고향기부제특위는 ‘민간 플랫폼 도입 이후의 고향기부제 활성화 전략 모색’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최근 행안부는 고향기부제 플랫폼에 민간 참여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하고 참여 희망 업체를 공고했다. 공공 플랫폼인 ‘고향사랑e음’을 민간에 개방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민간업체는 고향사랑e음의 골격을 활용해 기부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등을 구축하게 된다. 행안부는 여기에 참여하는 민간의 조건으로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ISMS-P)’ 등을 요구하고 있다.

행안부는 민간이 기부자의 주소지 등 개인정보를 취급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인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인증 취득 절차가 까다로워 업체의 참여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희선 광주광역시 동구 인구정책계장은 “현재 조건에선 사회적기업이나 지역기업은 참여가 불가하다”면서 “인증이 있는 대기업만 선정될 경우 대기업이 브랜드 파워가 높은 지방자치단체 위주로 파트너를 선정하면서 지자체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를 상세히 확인할 필요 없이 기부자의 주소지가 해당 지자체인지 아닌지만 판별하면 되기 때문에 ISMS-P보다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안부 방침은 고향납세 운용에 민간 플랫폼을 활발히 활용하는 일본과도 차이를 보인다. 이찬우 일본경제연구센터 특임연구원은 “일본은 국세청장이 민간 플랫폼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허가가 아닌 신고제에 가깝다”면서 “지정에 필요한 서류는 단 한장에 불과할 정도로 절차가 간단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더 근본적 문제를 제기한다. 고향기부제를 직접 통제·관리해야 한다는 행안부의 관점이 플랫폼 진입장벽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실제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은 제도의 주체가 지자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행안부는 시행령과 사업지침을 통해 모금과 홍보 방법, 기부금 사용처 등을 깐깐히 규정한다. 이 교수는 “일본에선 기부금 모금과 답례품 제공, 기부금 사용처 결정의 전권이 지자체에 있다”면서 “정부는 국세청이 기부금 공제에 관한 세무 처리를, 총무성(우리 행안부) 자치세무국이 고향납세를 활용한 지자체 프로젝트에 특별교부금을 얹어주는 일만 할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권선필 지방자치학회 고향사랑특위원장(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역시 “민간 플랫폼에 대한 방침은 행안부가 지자체 자율성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용한다는 한 단면을 보여준다“면서 ”저조한 모금 성과를 고려할 때 제도를 바라보는 행안부의 시각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범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은 “법에서 기부금을 재원으로 기금을 설치하도록 한 조항이 독소조항”이라면서 “이에 따라 기부금 사용처가 특정 목적으로 제한되고 의회 등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어 지자체가 고향기부금을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적재적소에 쓰도록 한 제도 취지가 달성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다면 어떤 대책이라도 시도해야 한다”면서 “법인 기부, 기부 상한 확대 등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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