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5분 뒤면 숨 못 쉴 것 같아. 일단 끊어"…이 말이 마지막이었다 [스프]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2024. 8. 23. 18: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기 부천의 호텔에서 난 불로 투숙객 등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습니다. 20대 딸을 잃은 어머니는 딸의 생전 마지막 목소리를 휴대전화로 들으며 오열했습니다.

"나 죽을 거 같거든. 5분 뒤면 숨 못 쉴 거 같아…일단 끊어." 

뜨거운 불길이 딸을 덮치는 상황이 자꾸 떠올라 어머니는 숨을 쉬기 어렵고 가슴이 찢어질 듯한 고통의 시간을 마주하고 있는 겁니다.

살려고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투숙객들이 숨진 것을 두고는 많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5분 뒤면 숨 못 쉴 것 같아"…딸의 마지막 목소리

부천성모병원 장례식장 28살 김모 씨 빈소.

숨진 김 씨의 어머니 휴대전화에는 딸의 생전 마지막 목소리가 녹음돼 있습니다.  

"구급대원들 안 올라올 거 같아. 나 죽을 거 같거든. 5분 뒤면 숨 못 쉴 거 같아…일단 끊어."

어머니는 가슴을 치며 오열했습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억장이 무너지고 또 무너집니다.

김 씨가 어머니에게 처음 전화한 건 어제(22일) 저녁 7시 40분. 바로 앞쪽 객실 810호에서 불이 나고 불과 6분 정도 지났을 때였습니다. 

김 씨 어머니는 "불이 났다며 객실 안 화장실로 피했다고 전화가 왔다"고 통화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17분 지난 뒤 다시 전화가 왔는데, 이 통화가 마지막 통화가 됐습니다.

"이후 7시 57분에 또 전화가 왔는데 이게 마지막 전화라니 믿을 수가 없다"며 김 씨 어머니는 통곡했습니다.
숨진 김 씨는 "유학 갔다 와서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장녀로 가족들을 늘 생각하는 따뜻한 아이였다"고 합니다. 아빠 생일 때는 "아빠 생일 축하해. 엄마랑 맛있는 거라도 먹구 잘 쉬어"라는 축하 메시지도 보냈습니다. 
김 씨가 축하 문자를 보낸 건 화재 전날이었습니다. 아빠와 딸의 카톡 대화도 이게 마지막이었습니다. 

"뜨거운 불 속에서 내 딸이 갔어. 내 새끼. 너무 불쌍해", "이게 무슨 일이야. 이게 말이 되냐고"라며 절규하는 가족들의 오열이 침통한 장례식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살려고 뛰어내린 2명 모두 사망

30∼40대 남녀 2명이 에어매트에서 뛰어내렸다가 숨진 것을 두고는 많은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화재 이후 화염과 검은 연기가 호텔 내부로 퍼지자 여성이 먼저 뛰어내렸습니다. 그런데, 에어매트의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 쪽으로 떨어져 에어매트가 뒤집히고 말았습니다. 

이 여성을 구조할 겨를도 없이 불과 2∼3초 뒤에 남성이 뛰어내렸고, 남성은 큰 충격과 함께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두 사람 모두 병원에 옮겨졌지만 숨졌습니다. 
두 사람은 807호 투숙객이었습니다. 807호는 발화 지점인 810호와 같은 라인에 있기 때문에, 열기와 연기를 더욱 참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화재 당시 목격자는 남성 투숙객이 뛰어내리기 전 "살려주세요"라고 외쳤다고 말했습니다. 또 소방관들이 에어매트를 다 펴기 전에 투숙객들이 뛰어내렸다고 말했습니다. 
807호요. 이분이 '살려주세요' 막 이랬던 느낌이 있어요. 한두 번 소리 지르고 나서 그때 소방차가 몇 대는 와 있었지만,  막 (매트를) 펴고 있는 상태였고, 주변 정리가 안 된 상황이었어요. 그러니까 소방관들도 저분이 갑자기 뛰어내릴 줄은 몰랐겠죠.
- 화재 당시 현장 목격자  

관할 소방서 측도 뛰어내리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충분히 충격을 흡수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숙객들이 뛰어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에어매트는 왜 뒤집혔나?…미스터리

에어매트가 뒤집힌 이유는 미스터리인데요, 소방서 측도 이렇게 뒤집히는 상황을 처음 경험했다고 합니다.

당시 부천소방서가 설치한 에어매트는 10층 높이에서 뛰어내려도 살 수 있게 제작된 소방 장비로, 가로 7.5m·세로 4.5m·높이 3m 크기입니다.

공기가 주입되지 않은 상태의 에어매트 무게는 126㎏으로, 보통 펌프차 등에 싣고 출동해 구조대원 4∼5명이 함께 들어 옮긴 뒤 설치한다고 합니다.

인터넷 등에는 에어매트를 애초에 거꾸로 설치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지만 소방서는 "정상적으로 설치됐으나 여성 추락 후 뒤집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무거운데다 기계로 바람을 넣어야 하는데, 뒤집어 설치하는 게 훨씬 어렵다는 겁니다.

다만, 이상민 행안장관이 "(에어매트를) 잡아주는 사람은 없었느냐"고 묻자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은 "당시 인원이 부족해서 에어매트를 잡아주지는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 이상민 장관: (모서리를) 잡고 있거나 그러지 않습니까?
▶ 조선호 경기도소방재난본부장: 그렇게 해주는데 그때 당시에 그 인원이 부족해서 일부 사람은 있었는데 이렇게 딱 잡아주고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소방관들이 에어매트 모서리를 잡아줄 필요는 없다고 합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제대로 설치된 에어매트가 뒤집히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굳이 소방관들이 모서리를 잡고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소 경사가 있는 호텔 주차장 입구에 설치한 탓에 에어매트가 뒤집혔을 가능성이 있고, 매트가 18년 전인 2006년에 지급돼 7년인 사용 가능 기한을 훨씬 넘긴 상태였다는 점은 추가로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 minpyo@sbs.co.kr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