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연대 흰색 물결 넘실거린 '해리스 대관식'... '재생산권' 전장 된 미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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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성을 믿어야 합니다(We trust women)."
22일(현지시간) 2024년 미국 대선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되는 자리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다시 한번 '임신중지(낙태)'에 관한 정치적 신념을 강조했다.
2022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 대법관들의 결정으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50년 만에 뒤집힌 순간부터 '사각지대'에 내몰린 미국 전역의 여성들을 만나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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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여성 결정 믿어야" 재생산권 엄호
의붓딸·대녀·조카딸... 해리스의 딸들 총출동
'서프러제트'처럼 '흰색' 복장 맞춘 지지자들
"우리는 여성을 믿어야 합니다(We trust women)."
22일(현지시간) 2024년 미국 대선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되는 자리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다시 한번 '임신중지(낙태)'에 관한 정치적 신념을 강조했다. 드레스코드로 '흰색 옷'을 맞춰 입은 여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연대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역사상 가장 치열한 '재생산권(reproductive rights·스스로 출산을 결정할 권리)' 전장이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열릴 것이라는 신호탄을 쏘아올린 순간이었다.
'임신중지권 수호자' 해리스... '난임치료 전도사' 월즈
해리스 부통령은 명실상부 '임신중지권 수호자'다. 2022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 대법관들의 결정으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50년 만에 뒤집힌 순간부터 '사각지대'에 내몰린 미국 전역의 여성들을 만나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의회가 생식의 자유를 회복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 미국 대통령으로서 자랑스럽게 그 법에 서명할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정신이 나갔다"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와 그의 동맹들은 피임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약물 낙태를 금지하고, 전국적인 낙태 금지를 제정할 것"이라면서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않는 한 미국은 진정한 번영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해리스의 러닝메이트 팀 월즈 부통령 후보는 난임 치료로 얻은 두 자녀를 공개하며 '재생산권' 논의에 불씨를 지폈다. 수락 연설 중 인공수정으로 어렵게 두 자녀를 얻은 이야기를 하며 "가족은 나의 전부"라고 말하자, 전광판에는 신경 발달 장애를 가진 아들 거스가 "저 사람이 우리 아빠예요"라고 외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잡혔다. 영상은 '따뜻한 가족애'를 불러 일으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재생산권 전쟁'의 카운터파트인 트럼프 캠프는 대척점에 놓여 있다. 임신중지, 시험관시술(ivf) 등에 반대하는 것이 공화당의 기본 입장이다. 전통적 가족주의자인 JD 밴스 부통령 후보는 해리스가 출산하지 않은 지점을 비난하고 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월즈의 난임치료도 '인위적인 임신'이라 공격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임신중지 이슈를 덜 언급하는 추세다. 임신중지가 여성 유권자들을 결집시켜 2022년 중간선거의 향배를 갈랐던 이슈인 만큼 정치적 유불리를 고려하는 것이다.
해리스의 여자들 총 출동... 지지자는 '흰옷 물결'
이날 전당대회는 '여성 연대'로 요약되는 상징적인 장면이 여럿 연출됐다. 해리스 부통령의 조카딸 미나 해리스, 의붓딸 엘라 엠호프, 대녀 헬레나 허들린 등 해리스의 '다양한 딸'들이 무대에 총출동 했다. 14세에 해리스를 새엄마로 맞이한 엘라는 그가 건강과 환경, 사회 정의를 위해 싸워온 과거를 언급하면서 "해리스는 혼자가 아니다"라며 "모두 함께 이 싸움에 나서자"고 외쳤다. 뉴욕타임스(NYT)는 생물학적 자녀가 없는 해리스를 '캣 레이디(cat lady·자식 없이 고양이를 키우는 여성을 비하하는 말)’라고 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여성 지지자들은 치마, 재킷, 모자, 신발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흰색 차림으로 '해리스 지지'를 표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 운동가(서프러제트·Suffragette)들이 주로 입은 '흰색 복장'은 최근 몇년 새 민주당 내에서 '여성 연대'를 드러내기 위해 애용하는 드레스코드다. 이날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도 흰옷을 입고 지지 연설에 나섰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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