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염수 방류 1년, ‘괴담’ 공세하는 대통령실은 일본 대변인실인가

한겨레 2024. 8. 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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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류 1년을 하루 앞둔 23일 "아무런 과학적 근거 없는 황당한 괴담이 거짓 선동으로 밝혀졌음에도 괴담 근원지인 야당은 대국민 사과조차 없다"며 야당을 비난했다.

정작 막대한 양의 방사능 오염수를 이웃 나라 국민의 우려를 무시한 채 바다로 쏟아내고 있는 일본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막대한 예산을 쓰게 된 게 우려하는 국민 탓인가, 일본의 방류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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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류 1년을 하루 앞둔 23일 “아무런 과학적 근거 없는 황당한 괴담이 거짓 선동으로 밝혀졌음에도 괴담 근원지인 야당은 대국민 사과조차 없다”며 야당을 비난했다. 정작 막대한 양의 방사능 오염수를 이웃 나라 국민의 우려를 무시한 채 바다로 쏟아내고 있는 일본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실인가.

후쿠시마 오염수는 방류 직전 134만t이 쌓여 있었고, 매일 100여t씩 추가로 생성된다. 일본은 이 중 5만4600t을 지난 1년간 내보냈다. 앞으로도 매년 수만t씩 최소 30년 이상 방류된다. 오염수엔 세슘-137 등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 물질이 미량이지만 포함돼 있고, 삼중수소는 이른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로도 걸러지지 않아 바닷물로 희석한 채 방류한다. 이런 대량 장기 오염수 방류는 인류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어서, 장기적으로 생태계와 인간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겨우 1년 지나고서, ‘봐라, 아무 일 없지 않느냐’는 식으로 얘기하는 게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대통령이 할 말인가.

일본은 자국 내에 오염수를 보관·처리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있었음에도, 돈이 많이 들고 번거롭다는 이유만으로 대량 해상 투기에 나섰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당연히 자국이 감당해야 할 위험을 외부로 떠넘긴 일본의 행태에 단호히 반대했어야 마땅하다.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오염수 때문에 우리 바다가 오염될 거라는 근거 없는 선동” 운운하며 앞장서서 일본을 편들었다. 지금도 일본 책임은 언급도 않고 오히려 우려하는 국민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윤 대통령이 얼마나 고맙겠는가.

대통령실은 “지난 1년 동안 국내 해역, 공해 등에서 시료를 채취해 4만9600여건의 검사를 진행한 결과, 안전 기준을 벗어난 사례는 단 1건도 없다”며 “쓰지 않았어도 될 예산 1조6000억원이 투입됐다”고 했다. 그러나 오염수가 태평양을 돌아 우리 해역에 유입되기까진 4~10년이 걸린다는 게 정부의 시뮬레이션 결과였다. 이토록 성급히 판단 내릴 일이 아니다. 막대한 예산을 쓰게 된 게 우려하는 국민 탓인가, 일본의 방류 때문인가. 왜 일본엔 아무 말도 못 하고, 국민들만 탓하는가.

“일본 환경부 자료를 보면, 방류 지점 인근 어류의 삼중수소 농도가 방류 두달 뒤 10배가 됐다”(백도명 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 정부는 올해 2월 이후 방사능 자료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단 한번이라도 일본이 아닌 국민들을 대변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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