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차해소, 약자복지뿐 아냐" 한동훈의 고민…"巨野식 퍼주기는 배격"
"보수정당, 성장 통해 파이키우기 기본…'우상향' 함께 '공정한' 격차해소 중점"
"복지, 약자만 위한 게 아냐…필요한 곳 정교·과감하게" 민생 속도전도 피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취임 한달을 맞은 23일 자신의 구호인 '격차 해소'를 안착시키기 위한 고심을 드러냈다. 개념을 '약자 복지'에만 한정하지 않되, 필요한 곳에 우선순위를 따져 '정교하고 과감하게' 반영하겠다고 했다. 당 차원에선 "거대야당의 퍼주기 정책을 단호히 배격하겠다"고 밝혀뒀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달간의 '대한민국 미래 국가 청년 지도자 양성 프로그램' 수료식에 참석, 청년들을 만나 "저는 한달 동안, '당장 앞으로 선거가 없다는 걸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당 체질을 개선하고, 체력을 보강하고, 당의 정치 목표를 차분히 다시 생각하고 정비하고 조정하는 일을 했다. 그러기 위해 최대한 정치 공방을 자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잘 안 참죠"라면서도 "그때그때 어떤 정치 공방에 불씨를 계속 살려가서 그 온도를 높여 가는 것보다 금투세 폐지 논의 같은 민생을 여야정치의 전장으로 만드는 게 우리 정치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야 대표회담이 '11년 만'이라는데, 추진해서 정치를 복원해보려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께서 빨리 쾌차하셔서 우리 회담을 생산적으로 이끌길 기원한다"고 했다.
자신의 '격차 해소' 구상도 설명했다. 한 대표는 "우리 당은 자유민주주의 정당이잖나. 그 기본적인, 전통적인 내용은 '성장을 통해 파이를 키우겠다'는 정신"이라며 "기본적으로 분배보다 성장을 더 중시하는 게 우리 자유민주주의 정당, 보수정당의 기본 철학일 거다. 저도 '파이(모두의 몫)를 키우고 성장을 해서 우상향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 같은 생각"이라고 전제했다.
다만 그는 "이 시점에 대한민국에선 그것과 똑같이, 키운 파이를 '공정하고 치우치지 않게 잘 나누는' 격차해소에도 중점을 둬야 하고 그 점을 우리의 또 하나의 중요한 무게로, 나눌 수 없는 중요한 정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정치를 제가 당대표가 된 이상은 '하겠다'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기준 중위소득 대폭 인상과 같은 취약계층 선택적 복지를 예로 들었다.
한 대표는 "성장이란 건 미래를 향한 걸 수도 있는데, 현실 세계에 사는 사람인 우리가 너무 인생이 괴롭고 삶이 힘들어지면 그런 미래는 의미가 없다. 그런 차원에서 격차해소도 반드시 따라가줘야 그 파이를 키우는 성장도 가능하다"며 "이제 복지를, 우리가 '약자 복지'라고 하는 것과는 (추구하는 게) 좀 다르다. 복지는 약자에게 많이 가야하는 게 당연하지만, 약자만을 위한 게 복지여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말하는 격차해소는 순전히 '약자만을 위한 복지'를 말하는 건 아니다. 꼭 필요한 곳, 우선순위를 둬야 될 곳에 집중해 정교하고 과감하게 하겠단 게 저희 격차해소 정책의 핵심"이라며 "그 목표를 우리가 분명히 할 것이고, 우리도 역시 어렵지만 그 격차해소라는 목표를 해내기 위해서 도전하겠다. 정교하고 과감하게"라고 밝혔다. 해당 노선을 인류가 달 착륙에 도달한 과정에 빗대기도 했다.
한 대표는 수료 청년들에게 "제가 첫날 여러분을 뵙고 말할 때 이렇게 말씀드렸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후질 수는 있는데, 정치 자체가 너무너무 중요하다'고. 정치가 대단히 중요해 그걸 더 잘해야 되겠단 생각을 하게 된다"며 "너의 정치 목표가 뭐냐고 하면 저는 단순하게 '나라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면서 "여러분도 저도 우물을 파다가 물이 많이 나오는 곳에서 다시 모이자"고 당부했다.
한편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이날 한 대표 취임 한달 계기 논평에서 '민생 정책'을 부각하며 "'티메프' 사태가 터지자 마자 당정협의회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고 '금투세 폐지' 이슈를 주도하며 야당과 정책대결에 불을 지폈다. 여름철 저소득층 전기료 지원, 총포·도검 관리 강화, 난임 지원 사각지대 해소, 국정원법 개정안 당론 추진 등 국민 실생활·안전·국가안보 직결 이슈에 발빠르게 대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어제(22일)는 '격차해소특별위원회'(위원장 조경태 국회의원)를 출범시켜 우리 사회의 고질적 격차를 해소하는 데 주력하려 한다"며 "지금까지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국민의힘은 거대야당의 '퍼주기' 정책을 단호히 배격하겠다. 반복되는 정쟁과 발목잡기, 무도한 정치 공세에 흔들리지 않겠다"면서 "이제 진짜 '시작'이다. 국민만 바라보며 민생의 깃발을 더 높이 들고 전진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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