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한창인데···사전공시 의무 부과 전 매도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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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거래 사전 공시 제도' 의무 부과 직전 상장사의 주요 주주와 임원들이 지분 정리에 나서고 있다.
상장사의 주요 주주와 임원들이 이달 중 지분 매도에 나선 것은 지난달 시행된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 제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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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공시 이후 매도할 경우 저평가 우려
사후 기업가치 하락있더라도 '블록딜'로
"회색지대 이용···밸류업과 역행" 비판도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 제도’ 의무 부과 직전 상장사의 주요 주주와 임원들이 지분 정리에 나서고 있다. 이달 23일 이후 지분 매매에 대해서는 목적·금액 등을 30일 전에 공시해야 하는데 이 경우 주가 하락으로 목표한 금액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제도가 본격화되기 전 지분을 매도하는 것에 대해 시장에서는 정부의 밸류업(가치 제고) 정책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장사의 주요 주주와 임원들의 지분 매도 공시가 잇따르고 있다.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 회장은 이달 20일 자회사인 원료 의약품 제조사 에스티팜(237690)의 주식 95만 주(5.52%)를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를 통해 매각했다. 매도 규모는 853억 원이다. 강 회장은 지난해 10월 ‘박카스의 아버지’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상속·증여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실리콘투(257720)의 손인호 이사가 117억 원(0.43%), 최진호 이사가 113억 원(0.40%), 이수완 덕산테코피아(317330) 대표 76억 원(2.05%), 조종수 서한(011370) 대표 14억 원(2.19%) 등 모두 이달 들어 지분을 대거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 이사와 최 이사는 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세금 납부와 납부 재원 마련을 위해, 조 대표는 창업주의 승계 차원에서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사의 주요 주주와 임원들이 이달 중 지분 매도에 나선 것은 지난달 시행된 내부자거래 사전 공시 제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제도는 상장사의 주요 주주와 임원이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또는 50억 원 이상 거래 시 30일 전에 거래 목적·금액·기간 등의 공시를 의무화하도록 한 것이다. 공시 의무는 이날 이후 결제가 이뤄지는 매매 거래부터 부과된다. 시장에서는 이들이 공시 의무 부과 직전에 최대한 지분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식 시장에서 주요 주주와 임원들의 지분 매도는 주가 차원에서 악재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의 지분 매각이라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 진다. 이를 사전에 공시할 경우 투자자들이 지분을 추가로 매도해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도 커진다. 지분을 매각하는 입장에서는 사전 공시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으로 목표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기업가치 하락이 있더라도 블록딜을 통해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내부자의 주식거래 투명성을 높여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제도를 마련했다. 주요 주주들과 임원들이 블록딜을 통해 지분을 매각하고 사후에 주가가 하락하면서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을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상장사들이 의무 부과 이전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정부의 제도 시행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기업가치를 높여 투자자들과 상생하기보다는 기업 속사정을 잘 아는 상황에서 블록딜을 통해 고점 매도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취지에서 대주주 매도 사전 공시 의무를 법제화한 상황에서 앞다퉈 지분 매각에 나서는 것은 밸류업에도 역행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며 “사전 공시 없이 팔 수 있는 현 시기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병준 기자 econ_ju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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