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 달 뒤면 저수지가 바닥'…강원 동해안 가뭄 '심각'

강릉시, 사상 첫 생활용수 제한 급수도 검토 중

(강릉=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앞으로 한 달이 고비다."

23일 강원 강릉시 송정동의 한 배추밭에서 만난 농민 김모(67)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년 같으면 가을배추를 심느라 한참 바쁠 시기이지만 올해는 가뭄으로 파종을 미루고 있다.

김씨는 "농업용수 사용이 제한되다 보니 농지에 충분히 물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물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모종이 금방 시들기 때문에 차라리 안 심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은 이날 강릉지역 저수율을 36.1%로 집계했다.

평년 74% 대비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다.

강릉지역의 주 상수원 역할을 하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31.9%로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실제 이날 둘러본 오봉저수지는 맨눈으로 확인될 정도로 땅이 메말라 있었다.

특히 물줄기가 완전히 끊긴 댐 상류는 물이 흘렀던 곳인지 흙바닥인지 구분조차 힘들었다.

동해안 다른 지역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역별 저수율을 보면 속초 31.5%, 양양 37.5%, 고성 31.8% 등을 기록 중이다.

모두 예년에 비해 저수율이 크게 부족하다.

지난 20일 북상한 제9호 태풍 '종다리'도 예정보다 일찍 소멸해 동해안 지역에는 5∼20㎜ 안팎의 비가 내리는 데 그쳤다.

강릉지역 일평균 물 사용량을 고려하면 오봉저수지의 사용 가능일은 30일 안팎이다.

이에 시에서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5%까지 떨어질 경우 사상 첫 생활용수 제한 급수도 실시할 예정이다.

2017년 6월 저수율이 26% 수준까지 떨어져 제한 급수를 검토했지만, 실제 시행하지는 않았다.

지금 추세라면 제한 급수 예상 시기는 다음 달 초중순이다.

생활용수 제한 급수를 실시할 경우 화장실이나 주방 등에서 사용하는 물줄기가 매우 약해져 생활에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다.

현재 격일로 공급 중인 농업용수는 다음 달부터 아예 중단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지자체에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강릉시는 이달 중순부터 시민들에게 '설거지할 때 물 받아서 하기', '양치 컵 사용하기', '빨래 한 번에 모아서 하기' 등 다양한 물 절약 방법을 홍보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충분한 비가 오지 않을 경우 다음 달부터 제한 급수가 불가피하다"며 "이동식 물탱크 운영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물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한국농어촌공사 강원지역본부 등 관계 기관과 함께 대책을 논의하며 용수 공급을 관리하고 있다.

r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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