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對 트럼프 정책대결-①외교안보] 동맹 강화 VS 공짜 없다···北 비핵화 의지는 '약화'

시카고=윤홍우 특파원 2024. 8. 2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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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유럽·인태국가와 협력
北 확장억제에 리더역할 천명
이스라엘엔 강경대응 입장도
트럼프, 김정은과 직거래 예고
대만 등에도 방위비 인상 요구
경제·안보 엮어 美 이익 추구
[서울경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면서 미 대선은 75일간의 혈투에 돌입했다. 다음 달 10일 두 후보의 첫 TV 토론을 분기점으로 정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교안보 분야에서 세부 정책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어 시나리오별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외교·안보도 ‘비즈니스’라는 시각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개인기를 통해 글로벌 현안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와 달리 해리스는 동맹과의 긴밀한 협력 속에 미국이 세계 리더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외교안보 노선을 이날 전당대회에서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위험한 거래를 시도하려는 반면 해리스는 한미일 협력 등을 토대로 확장 억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다만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양측 모두 4년 전보다 약화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북핵 용인 및 군축 협상 전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리스 인태 동맹에 초점···北은 확장 억제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드러난 해리스의 외교·안보 노선은 ‘미국의 관여 및 동맹과의 협력 강화’로 요약된다. 해리스는 이날 “미국으로서, 우리의 안보와 가치를 전 세계에서 확고히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면서 “대통령으로서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굳건히 설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막후 실세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외신센터 브리핑에서 “해리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일원으로서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여해왔다”면서 해리스 정부 출범 시 인태 지역에 미국이 우선순위를 둘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해리스는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견제, 유럽 및 인태 동맹들과의 협력 등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을 계승·강화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워싱턴 선언’을 이행하며 한미일 안보 협력을 확대해 확장 억제의 실행력을 높이는 단계적 접근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앞서 발표한 새 정강에서 “북한의 불법적인 미사일 역량 구축을 포함한 도발에 맞서 동맹국, 특히 한국의 곁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다만 중동 정책에서 해리스가 팔레스타인에 보다 온정적이고 이스라엘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해리스는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미 의회 연설에 불참하는 등 바이든 정부 중동 정책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여왔다.

“공짜는 없다” 예측 불가능 트럼프 접근법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은 ‘예측 불가능’ 그 자체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는 국제적인 평판을 그는 오히려 자산으로 받아들인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공화당은 지난달 발표한 새 정강에서 ‘힘을 통한 평화’라는 큰 틀의 안보 정책 방향을 제시했지만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미국의 외교·안보는 상당 부분 트럼프 개인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동맹에 대한 시각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 그의 ‘대만 관련 발언’이라고 본다. 트럼프는 총기 피격 며칠 뒤 인터뷰에서 중국을 상대로 대만을 방어하겠느냐는 질문에 “대만은 우리 반도체 사업을 전부 가져갔다. 그들은 부유하다”며 “나는 우리(미국)가 보험회사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경제 문제와 안보 문제를 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미국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추구하는 트럼프식 셈법이다.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의 거래는 통상 따로 안보 따로가 아니다”라면서 “전체적으로 보면서 트럼프가 장기를 어디에 둘지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반도 문제에서는 재임 기간 직접 대면했던 김정은과의 관계를 복원하고 북한의 도발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면서 이를 자신의 위험관리 능력으로 부각시킬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앞서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우리가 재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공화 정강서 사라진 ‘北 비핵화’

올해 대선을 앞두고 민주·공화 양당의 주요 인사들은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가 미국의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시급한 현안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는다. 양당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확정한 새 정강에서 4년 전과 달리 ‘북한 비핵화’라는 문구가 삭제된 것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양당의 회의적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북핵 문제는 해리스와 트럼프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단기적인 변화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은 “해리스의 북한에 대한 견해는 바이든의 접근 방식과 일치하는데, 이는 다시 말해 버락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와 다르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정은과의 직거래 가능성을 언급하는 트럼프식 접근법 역시 그의 재임 기간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를 만들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하노이 회담 실패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계기로 북한은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강화 등 북중러 밀착으로 생존 노선을 확실히 정립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이에 맞춰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카고=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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