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나갈 것 같다는 전화에 달려왔는데”…어머니의 오열 [현장,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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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 딸을 가슴에 묻었는데, 이 한은 어디다 이야기해야 할까요."
"같이 있던 친구가 803호에 있다, 도와달라고 직접 신고했지만 30~40층 아파트도 아니고 고작 9층짜리 호텔에서 소방당국은 사다리차조차 올리지 않았다"며 "딸 아이가 발견된 장소는 목욕탕이었는데 물로 입을 가리고 이불도 적셔서 최대한 시간을 벌고 있을 것인데, 8층부터 갔다면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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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내 딸을 가슴에 묻었는데, 이 한은 어디다 이야기해야 할까요.”
23일 오후 2시30분 부천시 원미구에 있는 부천성모병원 장례식장의 한 빈소. 전날 오후 부천시 중동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숨진 A씨(28·여)의 어머니 B씨는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딸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퉁퉁 부은 눈으로 바닥만을 보고 있던 B씨가 한 마디 한 마디 힘겹게 말을 꺼냈다. “7시40여분쯤 딸 아이가 ‘엄마, 내가 지금 친구랑 호텔에 있는데, 여기에 불이 났어, 근데 내가 못 나갈 것 같아 엄마’라고 전화가 왔다. 집 근처 지구대로 달려가 경찰차 타고 현장에 바로 달려갔다"며 “분명 화재 진압이 거의 다 됐다고 했는데, 딸이 시신으로 발견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오열했다.
B씨가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30분께. 현장은 그 자체로 아비규환이었다고 회상했다. 지나가는 경찰을 잡고서 물어보고 딸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사고 현황을 확인했다.
그는 “사고 현장에 도착해도 아무도 이야기 해주지 않아서 (소방당국에) 직접 물어봤다. 그랬더니 불이 진화 중이니 걱정 말라 하길래, 기다리고 있었는데 30~40분동안 그저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투숙객이 실려 나왔다”며 “그 뒤엔 또 어떤 남자가, 20여분 뒤엔 또 어떤 여자가 실려 나왔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의 시신은 목욕탕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소방당국이 8층부터 진화에 나섰다면 딸 아이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분개했다. “같이 있던 친구가 803호에 있다, 도와달라고 직접 신고했지만 30~40층 아파트도 아니고 고작 9층짜리 호텔에서 소방당국은 사다리차조차 올리지 않았다”며 “딸 아이가 발견된 장소는 목욕탕이었는데 물로 입을 가리고 이불도 적셔서 최대한 시간을 벌고 있을 것인데, 8층부터 갔다면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호소했다.
B씨는 또 부천시의 대응에도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왜 유가족들에게 1:1 전담 공무원을 배치했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전날 사고 현장에서 배치가 되긴 했지만 100m가량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서 한 게 없다”며 “언론에 유가족 지원 해줬다고 하려는 속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유가족들 모두 자식 잃은 아픔이 크다”며 “마음에 또 한번 상처 주지 말고 사고 수습도 제대로 해주길 나라에 부탁하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전날 친구와 함께 호텔에 투숙했다가 변을 당했다. 같은 층의 다른 호실인 810호에서 불이 나 화재 사고로 번진 것. 유족들은 갑자기 찾아온 이별에 황망한 듯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B씨는 A씨가 “그림을 그리면서 전공을 살려 방송 쪽 업무도 공부하면서 미래엔 캐나다에 유학 갈 꿈을 꾸고 있던 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의 휴대전화가 화재로 소실돼 친구들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어 장례식에 오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현재 사망자들 중에는 장례 절차를 시작하지 못한 유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7명의 사망자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정확한 부검 시작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날 중 끝날 것으로 경찰은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번 화재로 7명이 숨지고 중상자 3명 등 12명이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
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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