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문틈 막고 물 뿌려 살았다...806호 여대생 기적의 생존
경기 부천시 중동 호텔 화재사고로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숨진 희생자 7명은 인근 장례식장 3곳에 분산돼 안치됐다. 이날 경기 부천시 부천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희생자 김모(28·여)씨의 어머니는 “딸은 미술에 꿈을 갖고 있던 앞길이 창창한 20대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화재가 난 호텔 7층에 투숙하고 있던 김씨는 사건 당일 오후 7시 42분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호텔에 있는데 불이 났다. 더 이상 통화를 할 수 없을 것 같다. 내 몫까지 잘 살아달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김씨는 객실 화장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곳으로 이송된 나머지 희생자 2명의 빈소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차려지지 않았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피해자도 있었다. 806호에 거주하고 있던 20대 여성 A씨는 거주지인 강원도 춘천에서 부천까지 대학 실습 교육 차 이날 호텔에서 묵고 있었다. A씨 아버지 김모(52)씨는 23일 본지 통화에서 “어제 저녁 7시 34분쯤 딸이 아내에게 ‘지금 화재가 났는데 어떡하냐'고 전화가 왔다”며 “아내가 딸에게 ‘위험하니 나가지 말고 욕실 화장실에서 물을 뿌리고 수건으로 문틈새를 막으면서 버티라'고 말했다”고 했다. 전화 직후 김씨와 일가족은 바로 부천으로 향했다.
부천으로 향하던 김씨는 딸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배터리가 떨어질까봐 전화를 계속 하진 않았고, 8시 이후 두 차례 전화를 했는데도 받지 않았다”며 “119에도 전화를 걸어 806호에 갇혀 있다고 신고했지만 구조 여부를 알 수 없었다”고 했다. 이후 김씨는 호텔 측에 전화를 걸어 “딸이 806호에 있는데 정신을 잃은 것 같다”고 구조를 요청했고, 해당 직원과 소방대원이 함께 806호로 올라가 화장실 문을 개방, 딸을 구조했다. 서울의 한 병원으로 이송돼 간단한 치료를 마치고 퇴원한 A씨는 “화장실에 갇혀있을 때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몸에 힘이 빠져 밖으로 나갈 수 없었고 이후 정신을 잃었다”고 했다.
이날 오후 2시쯤 40대 여성 희생자가 안치된 부천장례식장에는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이 벽에 기댄 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사고 현장에서 약 500여m 거리에 있는 순천향대 부속 부천병원에도 시신 3구가 안치된 가운데, 희생자 3명 전원에 대해 부검이 진행됐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이곳에 희생자 빈소는 차려지지 않았다. 이들 중 일부는 부검 결과가 나온 뒤 유족 측 요청에 따라 이송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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