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84년 만의 대구 나들이'... 간송의 문화보국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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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년 만에 처음으로 훈민정음 해례본이 서울 바깥에서 전시되는 만큼 빈틈없이 준비하겠습니다."
1938년 서울 성북구에 '보화각'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간송미술관은 연구활동과 교육, 봄·가을 정기전에 치중하고,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 형태로 건립된 대구간송미술관은 재단 소장품뿐만 아니라 국내외 다양한 콘텐츠들을 기획전과 상설전 형태로 전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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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전 '여세동보' 내달 3일~12월 1일
'간송의 장손'... "행동으로 배우는 가풍"
간송의 방, 보이는 수리복원실 '눈길'
NFT 메타버스 디지털 기술에도 관심
대구는 간송의 문화보국 최적지
"84년 만에 처음으로 훈민정음 해례본이 서울 바깥에서 전시되는 만큼 빈틈없이 준비하겠습니다."
다음 달 3일 대구 수성구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8,003㎡ 규모로 문을 여는 대구간송미술관. 지난 22일 미술관에서 만난 전인건(53) 초대관장은 개관작으로 선보일 훈민정음 해례본과 신윤복의 미인도 등 국보·보물급 전시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개관 후 12월 1일까지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이 평생을 바쳐 수집한 동국정운, 청자상감운학문매병, 혜원전신첩, 난맹첩 등 40건 97점을 '여세동보(與世同寶)-세상 함께 보배 삼아'라는 이름으로 선보인다. 전시실 한곳에서는 한국화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길이 38m의 실감미디어가 전시되고, '간송의 방'에서는 수집가로만 알려진 간송의 유품 26건 60점이 전시된다. 수집가로서만이 아닌 예술가 학자 교육자 연구자로서 간송의 면모도 확인할 수 있다.
간송의 맏손자인 전 관장은 문화유산 창고지기를 자처한 부친 전성우(1934~2018) 간송미술문화재단 전 이사장의 뒤를 이어 3대째 문화유산 지킴이를 자처하고 있다. 전 관장은 "말보다 행동으로 느끼고 배우는 가풍을 이어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친이 어릴 때 유화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다 붓과 팔레트도 씻지 않고 공놀이를 다녀왔더니, 간송이 깨끗이 정리한 후 혼도 내지 않았다는 일화를 들려줬다.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게 하는 무언(無言)의 가르침인 셈이다. 전 관장은 대체불가토큰(NFT)과 메타버스 등 디지털 기술 활용에 관심이 많다. 그는 "30장면으로 된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NFT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4억 화소 초정밀 촬영 등 현존 최고 기술력으로 기록하는 작업이 수반된다"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원본에 가장 가까운 문화유산을 감상하는 디지털 기술을 시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NFT 판매도 전 관장이 주도한 바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서울의 간송미술관과는 차별화된 기능을 선보이게 된다. 1938년 서울 성북구에 '보화각'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간송미술관은 연구활동과 교육, 봄·가을 정기전에 치중하고,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 형태로 건립된 대구간송미술관은 재단 소장품뿐만 아니라 국내외 다양한 콘텐츠들을 기획전과 상설전 형태로 전시하게 된다.
두 간송미술관의 관장을 겸직하게 된 그는 특히 반세기 이상 보유하고 있는 지류문화유산(전적, 회화, 고문서)의 수리복원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대구간송미술관이 '영남권 지류문화유산 수리 복원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전문인력도 배치했다. 그는 "종이류는 다른 문화재와 달리 조명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치명적"이라며 "훈민정음 해례본과 미인도도 이번 전시가 끝나면 한동안 빛이 없는 수장고에서 휴식을 취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관장은 "대구는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 등 나라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극복하려는 힘이 강한 곳이고 근대부터 지금까지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로 간송미술관의 최적지"라며 "간송께서 추구하신 문화보국정신을 실천하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 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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