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 찾아주는 ‘배회감지기’ 보급률 고작 ‘3%’
■ 70대 치매 노인 엿새 만에 구조…배회감지기 있었다면?
지난 1일 부산 금정산에서 실종됐던 70대 치매 노인이 경찰 수색견 '야크'에게 발견돼 엿새 만에 구조됐습니다. 당시 경찰기동대와 형사과 등 70여 명의 경력이 투입됐고, CCTV 150개를 분석하는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됐습니다.
[연관 기사] 폭염 속 치매 노인 구조…수색견 ‘야크’ 표창 (2024.08.0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32030
치매 노인들은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신체 건강이 쉽게 악화할 수 있어 실종 사고가 발생했을 때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앞서 실종 엿새 만에 발견된 노인도 숲속에서 탈진해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 실종 노인 발견 시간 최대 11시간에서 55분으로 단축
앞서 부산에서 실종됐던 노인에게는 몸에 지니고 다니는 위치추적기, '배회감지기'가 없었습니다. 배회감지기는 시계나 목걸이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지는데, 감지기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의 위치를 알려줘 실종되더라도 빠른 시간 내에 실종자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평균 11시간 걸리는 실종자 수색 시간이 배회감지기를 착용할 경우 55분으로 줄어듭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 등 여러 기관에서도 치매 노인들을 대상으로 배회감지기 보급에 나서고 있습니다.
■ 치매 환자 보호자에게도 도움…비용은 한계
취재진이 만난 80대 노부부도 배회감지기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었는데요, 8년째 치매를 앓고 있는 배우자를 간병하는 어르신 하 모 씨는 배회감지기 덕에 여러 차례 부인을 빨리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어르신에 따르면, 배회감지기가 없을 때는 한 번 실종되면 발견까지 6시간 이상은 족히 걸렸는데, 배회감지기를 사용한 이후부터는 위치를 빨리 확인할 수 있어 심적으로도 안정감이 크고, 실제 발견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짧아졌다고 합니다.
다만 비용은 부담입니다. 이 어르신이 구청에서 받은 배회감지기는 약정기간 2년이 끝나면 매월 4~5천 원 정도의 요금을 내야 하는데, 나이가 많고 일을 하지 않는 노년층에게는 적은 돈이라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르신은 "배회감지기가 없이는 점점 병세가 악화하는 부인을 돌보기가 쉽지 않다"며 걱정스런 기색을 내비쳤습니다.
■ 매년 느는 치매 환자 실종 신고…배회감지기 보급률은 3%대
부산경찰청에 접수된 치매 환자 관련 실종 신고 접수 건수는 지난해만 1,289건에 달합니다. 2021년과 비교하면 100건가량 늘었습니다. 하지만 배회감지기 보급률은 3.4%에 불과해 사실상 사용률이 저조한 상황입니다.
보급이 되더라도 지속적으로 사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치매 환자들의 경우 손목이나 몸에 물건을 부착하는 것을 싫어할뿐더러, 고령의 보호자들은 사용에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특히 통신사와 연계된 배회감지기의 경우 앞선 사례처럼 약정 기간이 끝나면 통신 요금을 매월 내야 하다 보니 중간에 해지하는 일도 잦습니다. 또 스마트태그형 배회감지기의 경우, 통신비는 들지 않지만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최대 반경이 100m 수준이라 이보다 멀어지면 위치 추적이 불가능합니다.
■ "배회감지기 보급률 올려야"…치매 관리 체계 보완 시급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기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선 배회감지기의 보급률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조언합니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에서 치매로 장기요양등급을 받는다고 해도 일선 지자체의 치매안심센터 등과 연동되지는 않는데요, 이 때문에 치매 환자나 보호자가 스스로 복지기관을 찾아서 등록해야 지원 사업 대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정부 차원의 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아, 개인의 자발적 참여에 기대는 실정인 거죠.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배회감지기 대여 등 여러 사업이 환자나 보호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촘촘한 복지 안전망이 없다면 이 같은 실종 위험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들을 복지 안전망 안으로 포용할 수 있는 체계가 부실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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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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